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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답법 -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피터 버고지언.제임스 린지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1년 9월
평점 : 
요즘 편집자와 출판사는 제목학원 수강하나보다.
<어른의 문답법>이라는 지극히 어른스럽고 고상한 제목이 표지에 크게 박혀있지만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채는 것은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이란 말이다.
토론 프로그램을 보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지금 저 입에서 나오는 것이 말인지 울화인지, 호통인지 개소리인지 모를 것들이
튀어나오는 경우를 종종 보면 저런 사람이 00교수, 00대표 등을 달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나는 어디서 저러고 다니진 않나 곰곰히 생각해보게도 된다.
특히 논리보다는 체면이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의 사고방식에다
하나하나 물고 뜯고 늘어지는 것보다 점잖게(!) 그 자리를 피하고
'그 사람 영 못 쓰겠더라' 며 사회적 평판을 깎아내리는 대화법이나,
'우리가 남이가'나 '이건 상식이 아니냐'며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라는
감정에 호소하고 모호하고 확증편향적인 숫자로 대화의 우위를 점하려 하거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남의 심기를 건드려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마음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듣기만 좋고 해결책은 아닌 덕담 수준으로
대화나 토론의 끝을 찜찜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답답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철학과 교수 피터 버고지언과 수학 박사 제임스 린지는,
인식론, 논리학, 철학 등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여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과 끝이 나지 않는 평생선 다툼, 무례한 공격, 욕설,
나아가 진흙탕 싸움까지 번지지 않고서도
뜨거운 감자같은 어렵고 갈등 깊은 주제들 -세대, 젠더, 정치성향 등-을
예의 있고 당당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어른의 대화법으로 다룰 수 있는
36가지 방법을 실제 대화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내가 자기계발도서를 읽을 때에는
주로, 관심이나 호기심이 생긴 부분부터 시작하는데
이 책은 저자의 권장에 따라 순서대로 읽어야 했다.
1장에서 기본적으로 익히고 깨우친 내용이 2장의 초급 단계를 거치며
3장 중급, 4장 상급, 5장 전문가, 6장 달인의 단계로 디테일과 고급 기술을 읽으며
대화법과 대처법에 대한 지식과 자신감이 점점 커가는 기분을 느꼈다.
대화와 토론을 고스란히 옮겨온 책의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편(!)을 골라 감정을 이입하며 글 속에 몰두하기에 좋았다.
'말이 안 통하는 대화 풀어나가기'는 운동이나 기술처럼
습관적이며 반복적으로 연습해야할 대화법이다.
혼잣말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대화이니만큼
상대가 덜 방어적으로 나오고, 완강했던 고집/믿음이 풀리게 하기 위해서는
너보다 내가 낫다는 마음으로 하는 설교 대결이나 우위 판별을 지양하고
우선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 -경청-이 필요하다는 말이 흥미로웠다.
일종의 두 발 전진을 위한 후퇴이자, 큰 그림 그리기 같은 이 전략의 핵심은
상대에게 본인의 믿음에 관해 의심을 불어넣어주는 대화를 위한 포석이다.
남의 말을 듣고 나의 말을 전하며 의견을 현명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기술로
상대의 인식에 개입하거나, 의심을 불어넣거나, 실용적 조언을 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방법 제시와 함께 바로 사용해도 좋을 예시 대화/말도 수록했다.
역시 함께 제시된, 해서는 안되는 대화를 개싸움으로 이끄는 말들도 낯설지 않았다.
이미 순한 맛과 매운 맛 버전을 넘나들며 사용해봤고,
그로 인해 심히 열받았거나 상대를 열받게 했던 말을 읽으며 뜨끔하기도 했다.
다음 주면 황금 연휴이자 가정 내 불화가 max를 찍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책으로 얻은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볼 기회(!)가 다가왔다. ㅎ
지적 토론까지는 무리여도 모쪼록 평화롭고 안온하게 연휴를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밑줄 긋고 책을 정독해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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