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 희곡으로 만나는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정중헌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여성 아티스트 리스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화가 천경자님.

아프리카의 여인같기도 한 자화상 (혹은 미인도)시리즈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화려한 배경 속에 더없이 쓸쓸하고 공허하지만 기운과 빛을 잃지 않는 눈망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티스트이자 화가로서의 자아에 크게 상처를 입은

위작 논란*을 불러온 것도 '미인도'였고.

그로인해 기사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절필 선언 이후 뚝- 끊긴 소식은

미국 뉴욕에서의 별세로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미인도>의 진위시비는 1991년에 발생했다.

 국현이 '움직이는 미술관'을 운영하며 원작을 복제해 판매하던 중 복제에 의구심을 가진

 작가가 원작을 직접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작가의 주장에 국현은 엑스레이, 적외선, 자와선 촬영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도 작품이 진품이라고 판정하였다.

 천경자 화백은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나간 화가'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고, 작품공개 활동 중지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 구글 검색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읽고 요약함-

 

지금도 그렇지만,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6.25 전쟁을 모두 겪고

여성 아티스트로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확고한 작품세계를 일구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으로 짐작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 천경자, 아티스트 천경자, 여성 천경자의 삶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다.

 

일본 동경에서 유학한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 대해 '왜색'이 짙다는 평도 있었으나

오히려 일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스승 엔도 교오소나 일본화의 대가 이또 신스이가

"당신 훌륭해요. 뭐가 훌륭하냐, 그건 이런 화풍은 일본 방방곡곡을 찾아도 없다는 것,

 그것이 훌륭하다는 거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p.79) 는 점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지지 않는 강인함을 보았다.



 

 

순탄치 않은 결혼-사랑-가정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한 개인사로 고통을 받았던 그가

우여곡절을 경험하고 행복해하고 눈물을 쏟고 가슴 졸이며 길고 먼 길을 돌고 돌아

고독하게 혼자서 그림 그리기를 원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삶의 의미를 예술이라는 용광로를 활활 끓여서 새로운 작품을 쏟아내는 화가로 찾고

'사막의 여왕이 되자. 오직 모래와 태양과 바람, 죽음의 세계뿐인 곳에서

 아무도 탐내지 않을 사막의 여왕이 되자' 고 다짐하며 자신을 잃지 않고 

결국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의 역작을 세상에 내보였고 찬사를 받았다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고 작가의 어마어마한 에너지에 감동했다.


 


 

<천경자>는 '정과 한의 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다소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저자 정중헌씨가 천경자 화백의 자서전과 수필집에서 화가의 육필을 뽑아내고

자신의 전작인 평전 <천경자의 환상여행>의 내용을 접목시켜

저자와 화백이 대화를 나누듯, (2인극의 형식으로 엮었다) 이야기가 흐르고

중간중간 천경자 화백에 대한 영상이 (아쉽게도 QR코드로 제공되진 않았다) 소개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희곡 스타일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천경자 화백이 자연스럽게 (담배도 피우셨겠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상상되었고,

무엇보다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들이 나올 때면  

재미있고 환상적이며 몽환적이기도 했다가 엄청나게 서정적인 그림에 빠졌다 나오곤 했다.

 

어디선가 들어보았으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아티스트 천경자.

그의 인생, 예술, 세계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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