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 글로리아 스타이넘, 삶과 사랑과 저항을 말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서맨사 디온 베이커 그림, 노지양 옮김 / 학고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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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페미냐?" 가 언제부터 공격의 말이 되었을까?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이라는 제목을 보고 누군가는

또, 지겨운, 페미니즘 책이 하나 더 세상에 나왔다고 투덜댈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 보장 받아야할 안전 및 공정해야할 기회가

피자 한 판처럼 한정된 자원이 아닌데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곧 '남성'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말 그대로)공격적인 여자들의 위험한 '선동'이라고

위협적으로 느끼고 반발하는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제발 정독하길 권하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다면 제목만이라도 곱씹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센 언니에서 '언니'라는 말을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바꾸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예전에는 인턴이나 계약직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불평등한 대우/처우를 받는 것은

그 사람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해서

-쉽게 말해 남들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스펙 쌓을 때 넌 놀아서-

마치 '업보'나 '사필귀정'처럼 감히 불만을 품지 말고

감수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그런 '갑질'과 '불공평'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픈 지점이다.-


직장인의 모습(이지만 주로 애환;)을 다뤄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던 드라마 <미생>에서도

정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신입들이 

'패기'나 '열정'을 강요받는 '을-병-정'이 되는 처지를

부당한 업무지시, 명절 선물의 차별, 협박과 막말 등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한 땀 한 땀 세밀하게 보여주었을 때가 되어서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사람한테 저러면 안 되지." 

라는 사회적 합의가 일어난 것 같다.


하청에 하청을 주어,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해도,

밥을 굶어가며 일을 하다 하루 아침에 쫓겨나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시간만 끄는 일은

이제 청와대 청원에 오르고 빠른 시간에 동의를 얻을 정도로

비정상적이고 개선해야할 사회악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선생 김봉두> 영화 속에서 나온 대사처럼

"너희들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되는 거야" 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교사나 어른이 있다면

모두가 그를 비난하고, 잘못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올바른 직업관과 인권 개념을 가지라고 촉구할 것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졸업장/직장인데! 라며 항변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당신의 성공은 당신의 노력에 더해진 계층적/사회적/자본적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당신의 성공은 당신만 누려야 하는 독점적 성과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이제 우리 사회의 이곳 저곳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노예제도가 있었을 때, 귀족-천민의 계급이 있었을 때,

인종적으로 우등하고 열등함이 존재한다고 믿었을 때

자유는 누릴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된 권리라고 착각했던 역사가 있다.


그러나 자유는 석유나 금처럼

누군가가 더 많이 가져가면 다른 누군가는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속박함으로써 

개인의 편리함이나 안락함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런 기울어진 운동장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오는

혁명적 변화와 개혁의 물결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자유의 폭과 깊이는 충분히 넓힐 수 있는 우주와도 같은 개념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은 읽으면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두 책 모두, 흥미롭고 재치있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친숙한 지점에서 시작하여 전혀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여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조금은 달라지는 책이기 때문이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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