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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인기있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당연하게도 팬덤이 생기고,
처음에는 콘텐츠 그 자체를 소비하다가 점차 '덕질'의 단계에 접어들면
캐릭터의 행동과 심리, 히스토리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캐해가 이뤄진다.
가상의 시나리오 속에 활자로, 혹은 영상 속에서 이미지(애니메이션의 경우)나
배우의 몸을 빌려 대중들과 만나면서 스토리 속의 존재는 생명력을 갖는다.
캐해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가 하는 것은 꼭 '캐릭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끼리도 처음 만나면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캐릭터 분석을 하곤 한다.
누군가는 성급한 일반화라고 말할 수도 있고,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혈액형, 별자리, 출생 순서, MBTI 등 그 사람에 대해 짐작하고 판단의 틀을 만드는 일은
유구한 역사와 (모든 사람들의)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계속 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도 이와 비슷한 놀이이며 재미있는 정신과적 해석이다.
특이점은,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현대의 영화까지 두루두루 섭렵해서 골라낸
우리가 잘 알고 사랑하는 다수의 캐릭터들을 대상으로 초대했고
이들의 캐해를 맡은 것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상담가이며 책의 저자인
클라우디아 호흐브룬이다.
그녀는 수년 동안 여러 정신과 전문 병원 및 정신 건강 보건 센터 뿐만 아니라
정신 질환 범죄자 감호 시설에서도 근무하며 다양한 삶을 만나왔다.

이 책을 낸 이유도 세계 문학사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들이,
보통의 사람이라면 견뎌내기 쉽지 않았을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고 버텨오며
마음과 정신, 영혼에 남았을 상흔을 상담을 통해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는데
왠지 내 마음이 시큰하고 뭉클한 감정이 든다.
특히, <드라큘라>와 <트와이라잇>을 비교하면서 뱀파이어/흡혈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과 방식의 변화에 대한 분석은 매우 흥미로웠다.
언데드인 드라큘라를 적으로 여기고 루시가 뱀파이어가 된 것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그녀의 약혼자를 설득해 심장에 말뚝을 박아 죽이고 머리를 잘라 '안식'하게 하는
부분은 공포와 크리쳐물로 보았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었지만
드라큘라를 미나를 철저히 사랑하고 보호하며 '불멸의 영역'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사랑꾼이자 -온 마음을 바친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될 지라도-
'이방인 혐오'의 대상자/피해자로 바라보며 해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대화나 타협을 시도하는 대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니까 '악의 화신'으로 가볍게 간주하여 사회에서 배재하고
결국은 고향-루마니아-까지 추격해 죽여버리고 근거지마저도 소탕하는 모습은
인기있는 고전 문학 속 캐릭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기시감을 준다.
이런 방식으로, 세계문학사를 고대, 중세, 17~19세기, 20세기, 21세기로 나누어
그 시기에 출판된 작품 속의 캐릭터들을 불러오면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신념과 가치관, 세계관이 변혁, 확장, 역행하기도 하는
사회의 모습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 나오지 않는 최애캐릭터 분석도 의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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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