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8
한진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도.

팬데믹으로 나라 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지금,

탁 트인 바다와 이국적인 풍경,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청정 자연'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관광지로서의 제주의 매력이 작년과 올해 매우 핫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라고 말하는 것이 슬프긴 해도- 백신 접종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면

과연 제주도의 인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언어가 통한다는 장점,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제외하고서는

사실 비싼 물가, 맛집 혹은 SNS에 올리기 좋은 사진찍기로 즐기고 보여주는 여행,

관광지 마다 몰리는 인파와 그로 인해 쌓여가는 쓰레기, 망가지는 환경으로

제주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짓다말고 버려진 건물이나 

깎이거나 메워지는, 혹은 콘크리트로 덮여가는 오름들과 해안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라는 것은 한가로운 감상이고 슬프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에 대한 여행 안내서, 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는 주제로 

우리나라 곳곳에 새겨진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발견하고 소개하는 시리즈인

대한민국 도슨트에서 <제주 동쪽> 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제주의 동쪽은 '성산'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성산은 1만 8천 신들의 본향이자 강인한 해녀들의 땅이 성산이다.


<제주 동쪽>의 저자 한진오님은 제주도의 문화 예술가이다.

제주도 신화와 굿을 배우고 연구하며 문학, 연극, 음악,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로 예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관광지', '즐기는 곳'이라는 허상에 가려진

제주가 가진 내밀한 역사와 문화, 아픔과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책 곳곳에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새삼 '타자화', '대상화'가 얼마나 사람과의 관계를 얄팍하게 만들고

사람의 내면을 외롭게 만드는지 깨달아갔다.



지금은 뭍의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지만,

예전에 제주도는 말과 문화가 사뭇 다른, 그래서 뭍 사람들이 '귀양'을 가는 곳이었다.

망망대해의 끝부분에서 육지를 가늠하며 언제 다시 복귀할 지를 꿈꾸던 제주의 바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지가 공포가 될 수도 있지만,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물질로 생계를 꾸려가는 해녀에게는

그들의 노동을 오롯이 인정받는 물질이 곧 힘=권력이 되기도 했다는 것,

그리고 무속신앙도 마을과 직업마다 각각 다른 수호신을 모셨다는 것도

신기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바람과 돌이 많은 제주도라도, 

농지가 많은 서촌에 비해 동촌은 상대적으로 척박했고 

이것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정과 기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외면하거나 잊혀지게 두어서는 안되는 4,3.

지금의 제주를 보면 결코 상상하거나 떠올리기 힘든 4.3은 

4월 3일 하루 동안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해방의 혼란기,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이념갈등이 극악의 형태로 표출되고

당시 제주의 30만 명 인구 중 -공식적인 숫자로만- 3만 명이 학살된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되던 날까지 이어진

7년 7개월 동안의 잔인한 역사였다.


3여년의 시간 동안 대한민국 전국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던 6.25 전쟁도

결국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가진 한국인들의 얽히고 설킨 비극인데

육지도 아니고 바다로 막힌 섬에서 피아가 구분되지 않은 학살과 복수의 행위가

무려 8년에 가깝게 벌어졌다는 점이, 

그리고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달 살기, 1년 살기로 제주도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육지 사람이 아니라,

몸이 그곳에 있든 없든, 제주도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꾸준한 애정과 관심, 아끼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감상을 쓴 리뷰입니다.**


#제주동쪽 #대한민국도슨트 #한진오 #21세기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제주역사 #제주신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