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힘 - 사유하는 어른을 위한 인문 에세이
최준영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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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힘>이라는 제목만 봤을때는, 

"잔에 물이 반이나 있네~"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라는 

말랑한 힐링책 혹은 자기계발서인가? 싶었고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저자의 소개를 읽었을 때에는 

'거리'라는 말이 '결핍'과 또다른 공명을 일으켜서 사회의 비열함에 지지 말고

선비같은 고야한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에세이인가? 싶었다.


<결핍의 힘>의 저자 박준영은 

교도소와 노숙인 쉼터, 미혼모 복지시설, 공공도서관, 지역 자활센터에서 강연을 하고, 인문학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문독서공동체를 꾸리며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는

소박하지만 깊은 내공의 소유자이다. 


노동이나 연대, 같은 단어가 이젠 낡아버린 포스터같게 느껴지고

SNS로 활발하게 교류하지만 팬데믹으로 사람간의 사이는 멀어진 탓인지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모두가 알며 연극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 신문은 안 본지 오래되었고, 포털이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지루하지 않고 먹을 만하게 잘 잘려진 사회의 조각조각들을 조금씩 맛보며

마트의 시식코너를 돌며 어느새 배를 채워버리듯, 

사회와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음미하기도 전에

질려버린 기분이 들었었는데, <결핍의 힘>은 단 물같은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낯설지 않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인문학'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루고,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사람의 이야기, 인간이 사람답게 사는 -혹은 살기 위해 용을 쓰는- 이야기들이라

예쁘고 달달한 솜사탕처럼 먹고 나면 오히려 입이 텁텁한 책이 아닌

구수한 보리차처럼 차분하게 가만가만 갈증을 적셔주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이지만 세대에 따른 경험이 차이 때문인지

동일한 사건도 다르게 기억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어 '있었던 일'인지조차 몰랐던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회면/정치면의 한 귀퉁에서 조그맣게 소리를 내던,

우리사회의 결핍된 모습들을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의 창 넘어 들여다보는 과정으로

'결핍'이 단순히 무엇인가가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신념과 목적이 흐릿하고 

그저 하루하루 뿌리없는 개구리밥처럼 물 위를 떠돌다가 강한 햇살에 말라버리는

혹은 말라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자각'과 '감수성'의 부재였구나- 싶었다.


남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헉헉대면서 하루치의 주어진 몫을 다하고

다시 다음 날의 몫을 다하기 위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반복적인 일상을

문득 돌아서서 제대로 응시하는 그런 여유와 관조가 결핍되어

남은 고사하고 나의 마음까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점을 씁쓸해 하고 있을때,

저자가 발굴(!)해낸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제 몫을 다하는 기능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그 몫을 다 하며 주변에 따스한 기운을 은은하게 전파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과 나를 여겨본 지가 언제였던가- 새삼 곱씹어 보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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