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 젠더 스펙트럼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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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서 물건을 잃어 버리고 왔다.

이유는 책상 서랍 속에 물건을 넣어두지 않고 자기 책상 위에 올려두었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지도 않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몸을 돌려 뒷자리의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저 물건을 위에 두었을 뿐인데 친구들이 마음대로 쓰다가

제대로 돌려 놓지 않아서 결국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아이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아무나 쓰고 가져갈 수 있도록 책상 위에 물건을 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빌미와 여지를 준 것이고 

무엇보다 자기 물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었으므로

물건을 잃어버린 것은 아이의 잘못이 크다. - 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위의 상황을 읽으며 '어머! 도대체 선생님은 뭘 하셨대?' 

'남의 물건을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거지!' 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위 상황은 철저히 가정이다)


그런데 저 상황에서 몇몇 단어를 치환하면 과연 공감의 숫자가 유지될까?

아이를 여성으로, 물건을 잃어버린 것을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물건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둔 것을 짧은 스커트를 입은 것으로

시간을 낮에서 밤으로만 바꿔도 

위험한 상황 속에 스스로를 '방치'한 여성의 잘못에 무게감을 두거나

가해자의 '창창한' 앞날과 '순간의 실수'를 옹호하는 발언과 사고가

더 무거워지는 것이 슬프게도, 익숙하다.



차별은 색깔과 농도를 다르게 하며 희생제물을 찾는 괴물같다.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살면서 구분짓기와 차지하기에 골몰하면서

특정 세력에게 힘(권력)을 몰아주는 방법은 유구하게 이어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었다는 점은 인정해도 학벌과 재산의 정도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가?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인종, 출신지, 부모, 선천적 장애로 차별받는 것에는

거의 대다수가 -적어도 겉으로는- '옳지 않다'고 하면서 

왜 성별의 문제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요즘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특정 포즈에 대한 '의도'를 의심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소위 '공론화'를 하며 분노를 부추기는 모습을 보고

'젠더'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금기가 되어가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이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이 남성을 가해자,로 두고 여성을 피해자,로 고정시켜

여태까지 남성이 얼마나 여성을 착취해왔는가를 고발하고 비난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생길까 -그래서 이로 인해 ebs 지식채널 거부 운동이 일어날까- 해서

분명히 말해두건데, '성별'의 안경과 편견을 벗고 상황을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인권의 착취, 존재의 지움, 부당한 대우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생각과 행동에 불씨가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내용들 가득하다.



차별과 혐오로 인한 불공정과 불의.

대상은 얼마든지 변한다. 

차별이 있는한, 내 차례가 될 가능성은 항상 있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위해, 나를 위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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