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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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연상한 단어는 '번아웃'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직장 속에서 시스템의 부품으로 애쓰며 돌아가다

자기의 존재 이유나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그저 '기능'하다 하얗게 타버린...

정확히 그 뜻을 알지 못하면서 대충 그런 뜻이려니- 하고 생각했던 그 단어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게 맞지 않겠어?- 라는 안일함으로 굳어진 용법.


표지와 제목, 그리고 띠지는 각각 존재하지만 그것들의 연결고리를 만들때

붙여쓰면 여간 어색하지 않은 '상상'이라는 '틀'에 넣어서 제멋대로 오독하고 

미리 짐작하며 시작한 책 읽기였다.

(심지어 들어가며- 에서는 노력의 무용과 비생산성이라는 솔깃한 단어로

 그냥 그만 두고 싶은 마음에 '확증편향'이라는 색안경을 덧붙이게 자극한다.)



시작은 흥미롭게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르페우스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리고 난 작가가 몇 페이지를 그냥 먹고 가겠구나~ 싶었다.)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기 위해 저승에 내려가 불후의 아트를 선보이고,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뒤를 절대로 돌아보지 말라'는 하나의 조건만이 걸린 채

원하던 목표에 아주아주 근접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이 조건이 쎄- 하다는 것을 안다.


인간이 무엇인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늘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하지 않는 것을 하는 데에 대한 '정당화'에 기가 막히게 써먹는,

똑똑하며 헛똑똑해서 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하는 모순적 존재 아닌가.


없어도 될 불안과 염려, 긴장과 고통을 형성할 조건을 애써 만들고, 

느끼지 않아도 되는 두려움을 상상과 가정을 동원해서라도 자라게 하는 

부작용도 기꺼이 껴안는 인간의 특장점에 대해 알고 있다면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 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이것이 <노력의 기쁨과 슬픔>의 저자 올리비에 푸리울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리고 작가가 페이지를 잡아먹기 위해 갖다 쓴 것이 아님을 

책을 읽는 내내 무릎을 치며 납득했다.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노력' 이라는 명분 하에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반복적으로 하는가에 대해

이것저것 복잡하게 '노력'하며 설명하지 않는다.


'목표'를 끝까지 이루고 싶다면 의심과 생각의 늪을 노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저 행동을 지속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는 것을

'수월함', '노력하지 않지만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싶다, 자연스럽게-'과 관련된 

프랑스 특유의 개념을 발휘하여 우리에게도 친숙한 사람들의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와는 상관이 없었다." (p.19)


이 말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마치 아포리즘처럼 매 챕터를 연다.


"우리는 망설이기 때문에 길을 잃는다."나

"원하면 이룰 수 있다가 아니라 이룰 수 있다면 제대로 원한 것이다." 같은 말로.


누군가가 '1만 시간의 법칙'을 앞서서 선창하였기 때문에 그게 맞다고 생각한

과거의 나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한다.



내가 '번아웃'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불완전하게' 사용하는 방식처럼

정말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무조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과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에 대해

한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방식을 옳다고 생각해버리고

'나'와 '의미'를 빼놓은 상태에서 그 방식대로 실천해보려고 '노력'하다가

당연히 안 되는 결과에 스스로를 비난하고 좌절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은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할 쯤이면 저자의 이력 중 '철학자'와 '소설가'가 

왜 연이어 등장하는지에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이 책은 노력하다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포근한 솜사탕이 아니다.

아몬드 초콜릿처럼, 겉을 감싼 초콜릿이 살살 녹는 과정은 거부감 없이 지나가고

곧 핵심인 고소하고 딱딱한 아몬드에 도착하면, '깨물어 잘게 부수며' 

완전히 새로운 맛을 보는 일련의 과정처럼

그렇게 보이고, 들리는 것 속에 담긴 전혀 다른 성질의 개념과 행동양식에 대해

멈추어 생각하고 철학하게 만들어,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계속하기와 시작하기를 물 흐르듯 하듯, 이 책을 읽는 과정도 자연스러웠다.

'당신의 방식은 틀렸다. 이렇게 노력해야 한다.'를 다그치지 않으면서

풍부한 인문학적 감성과 철학적 깊이를 가지고 해내는 책이자,

읽는 사람마다 보이고 느끼는 것이 조금씩은 달라 더욱 흥미로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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