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세계 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제이슨 솅커 지음, 유수진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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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것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자주 가던 햄버거 프랜차이즈점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방식을 바꿨을 때

노인이 아닌 나도 줄 뒤에 선 사람들을 신경쓰며 땀을 뻘뻘 흘렸었다.


직원이 응대하면, 알뜰하게 멤버십 할인도 받고, 

세트 주문에 이것저것 추가해서 먹고 싶은 메뉴를 짠- 하고 만들기도 하고 

'케찹 하나만 더 주세요', '물티슈는 어디 있나요?" 같은 요청과 질문도 했는데

키오스크는 냉정했다. 

내가 상냥하게 말하는 것보다 스크린을 휙휙 넘겨 원하는 걸 클릭하길 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둔감해서 내 터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고르지 않은 메뉴가 자꾸 선택되고 '뒤로가기'를 누르면 

어느새 초기화 단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기계와 인간의 싸움에서는 인내심이 금방 바닥나는 인간이 질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가 된 심정으로 꾹꾹 힘주어 손가락을 누르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햄버거를 꼭 먹어야겠니"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더랬다.

간신히, 나와의 싸움이 끝나고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의 안색가 허기를 살피며

아무도 묻지 않은 혼잣말 -아, 이거 어렵네. 같은...-을 방백처럼 흘리면서

어렵사리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시선이 마주친 백발의 할아버지.

어쩌면 나보다 더 잘 하실 수도 있겠지만 괜시리 염려가 되기도 했다.


키오스크보다 말이 더 잘 통하는 '로봇'이면 이야기가 달라졌을까?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는 세계 1위 미래학자인 제이슨 솅커가

자동화와 로봇으로 인한 노동시장, 직업에 변화에 대한 통찰과 전망을 다룬 책이다.




"중세시대 누구도 대장장이가 공장의 기계로 대체될 줄 몰랐다"는 표지의 문구가

세계사와 사회시간에 배운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기계를 부순다고 새로운 세상이 멈춘다고 생각한거야?'라는 속편한 질문이

현재, 직장인의 삶과 만나게 되자 기계를 부수며 인간의 '혼'과 '예술'이 깃든

노동을 수호하고자 노력했던 그 시절의 장인, 마스터, 길드 조합원들의 

처절한 심경을 알 것 같다는 공감으로 바뀐다.


로봇, 자동화, 인공지능이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을 지배하고 종국에는 멸망시킬 것으로 보는 로보칼립스와, 

아이언맨처럼 집집마다 자비스를 두고, 안드로이드가 일을 척척 해서

인간은 그걸 누리며 노동에서 해방되는 로보토피아의 사이 어딘가에

인간이라는 종족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제이슨 솅커는 금융 예측을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사람이다.

직업 세계에 대한 예측이 사회보장제도와 만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1차부터 4차까지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사양길에 접어든 노동 및 직업과

그 결과로 발생하게 된 사회 계층의 변화/분리로 경제적 격차가 크게 생겨

사회에 혼란, 불만, 불안, 구성원들의 정서적 건강 저하까지 생겼고

결국 사회보장제도 및 복지제도를 지탱할 수 있는 세수 확보를 위해 

자본소득에도 세금을 매긴 것을 기본소득제도와 연결하며

경제학자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다.




인간을 고용하기 보다 (임금에는 의료보험, 복지제도까지 포함되니까) 

로봇/자동화를 채택한 회사에게 로봇 급여세 등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와

보편적 기본소득과 법인세를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보는 것,

인간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큰 틀에서는 동의했지만 결국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은 현상을 보아도 자신의 분야에 따라 상황의 이해와 분석이 달라지는 점은

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사람-혹은 이해관계자-로 구성되어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헤매고 있던 사람에게 '그건 당신의 교육이 부족해서' 보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하고 다가가는 사람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확실하게 들었다.


기술과 의료의 발전으로 사회의 노령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듣고, 말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로봇/자동화의 문제를 인간의 편의와 자본의 효율로만 따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 할 때가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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