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답게 나답게
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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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너답지 않게." 

"나다운 게 뭔데!"

드라마에서도 여러 번 사용되는 흔한 대사같다.


어떤 경우에는 '-다움'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결코 '자신 다움'을 잃지 말라고 하기도 하니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을 선택해야할 지 혼동되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


주로 그 사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혹은 타인이 바라보고 기대하는 것에 부합되는 말과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때의

'다움'이 수동적인 공격성으로 타인의 존재를 규정짓는 것이라는 점은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존재 자체의 '다움'을 온전하게 인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각자의 '다움'만 내세워서 이기적으로 굴거나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면

좀 더 세심/예민/배려하는 사람만 힘들어지는 거 아닐까? 


<너답게 나답게>라는 책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머리 속으로 우다다다- 흘러간 사고의 흐름이다.

아무래도 일상에서 뭔가가 살짝- 엉켜있다고 느꼈을 때의 마음이라 더 그랬던 듯.


치유와 영성의 수도사 안셀름 신부님의 글과 책은 깊게 흐르는 큰 강 같다.

특유의 솔직하고 소탈한, -아마 번역가의 힘도 크겠지- 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쉬운 언어와 독자의 상황/마음/심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표현을

독자로서 읽다보면 옹졸해진 마음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강둑에 쌓여있거나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같은 마음조각들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너답게 나답게>는 신부로서의 안셀름, 의 모습 뿐만 아니라

삼촌으로서의 빌리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대담집/대화집 이다.




수도원에서 묵상을 통해 지혜를 추구하는 수도사이지만

동생의 딸 (조카)와 함께 있는 순간에 가족의 기억을 공유하는 구성원으로서의

두 가지 정체성이 충돌하지 않고 지혜롭게 어우러지는 모습과 대화는,

신앙인이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마음과 행동에 갈등과 격정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안셀름 신부님의 글이 늘 그랬듯이- 고요한 안식과 지혜를 준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가정의 모습이다.

이 세상 어떤 집도 우환과 고민이 없는 집이 없을 것이다.

남보기에는 별탈 없이 지내는 것 같고, 남부러울 것 없이 누리고 사는 것 같아도

그 집의 속사정은 그 구성원들만이 알 일이다.


안셀름 신부님이 성장할 때의 모습이나 조카인 안드레아 라슨의 가정도 그렇다.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가 충돌할 때, 예측불허한 고난과 비난이 닥칠 때,

그 과정을 어떻게 버텨내고 구성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지

두 사람의 진솔한 -그래서 꽤나 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 대화를 읽으며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주고 받는 관계가 되어, 주는 사람이 지치고 외롭게 되지 않도록,

부모, 자식, 형제가 힘과 용기가 되어주는 사랑과 인정을 

서로에게 베풀고 얻는 모습과

사람의 영역을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온전하게 주님께 맡기는 인내와 믿음을 

끊임없이 노력하며 실천하는 과정이

너다운 것을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해주면서도 나다움을 희생하지 않는 것임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임을

깊이 느끼고, 독서 중간중간 감동하는 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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