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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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었는데도 버석버석, 따끔따끔한 소금기가 느껴지는 책 <소금길>

앞 날이 평탄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길 걸으세요~" 라는 말이 있듯이

'소금길' 이라는 제목이 (한국인인) 독자에게 주는 느낌은 아무래도 그런 인상을 준다.

영어 제목은 The Salt Path.

소금의 짭짤한 맛이 입 안에 감도는 이 책은 에세이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영국의 압류집행관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문을 두드리는구나-,

딱히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알면서 책에 담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레이너와 모스는 실존 인물이다.

모스는 삶이 '찾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공격하는 것을 3년 동안 겪은,

레이너의 남편이다.

열여덟에 남편 모스를 만나, 폐허가 된 농장을 일으켜 세우고 두 아이를 키우며

휴가철에는 농장에 오는 사람들에게 방을 빌려주며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고 살던 레이너는

남편이 친하고 신뢰하던 친구를 믿고 투자한 사업이 실패하고 부채를 갚을 책임까지 떠맡으며

재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도 잃으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으로도 혹독한 통증을 겪게 되며,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무너져 버린다.

돈도, 인간관계도, 건강도, 사랑하는 반려동물도 잃은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걷는 것.

영국 남서부 해안의 약 1000km에 달하는 내셔널 트레일인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를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걷기로 했다.

텐트에서 자다가 밤중에 몰려오는 파도로 허겁지겁 대피하기도 하고,

일정에 맞춰 걷기를 끝내지 못해 며칠째 노숙을 하며 때에 절어있는 몸과 옷을 견디기도 하고,

제대로 된 식사보다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고, 필요한 경비는 일용 노동으로 채우고,

긴 여정 중에서 다투기도 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아주 본질적이고 원천적인 사람의 모습, 사람간의 관계, 사람의 힘에 대해

몸으로 깨닫고 마음으로 위로받고 정신적으로 치유받게 된다.

처음에는 다리가 움직이고 의지가 있는 한 걷는 것은 할 수 있다는

레이너의 강인한 정신과 긍정적인 태도가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의 중반이 지난 다음에는 모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생기가 다 빠져나가버려 살아있되 살아있지 못하는 모습으로 무너져 있던 자신을

차근차근 추스르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는 그 과정을 글자로 따라가면서

깊숙하게 몰입하게 되며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인생에서 힘든 일이 닥칠 때 사람마다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그리고 걷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고, 이 책도 그걸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이유와 목적을 생각해보고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는

'소금길' 뿐 아니라 집 앞 오솔길을 걸으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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