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간 훌리안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제시카 러브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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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간 훌리안>은 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배우와 작가로 활동 중인 제시카 러브의 (국내 출간을 기준으로) 두번째 작품입니다.


전작 <인어를 믿나요?>에서도 감각적이면서 아름다운 그림체에

사랑, 우정, 애정, 자존감 등의 긍정적이고 따스한 감정들을

편견과 선입견, 사회적 역할 등을 자연스럽게 넘어서는 이야기에 녹여냈던 작가여서

이번 <결혼식에 간 훌리안>도 무척 기대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왠지 흔들흔들~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의 주인공, 훌리안입니다.

결혼식에 가니까 연보라색 정장으로 멋지게 차려입었네요.

훌리안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옅은 오렌지빛 드레스를 입은 아이는 마리솔입니다.



모두들 결혼식에 가려는 참이라서 멋지게 차려입었네요. 

흰머리도 한껏 부풀리고, 곱슬거리는 머리도 멋지게 틀어올렸습니다.

언뜻 보면 훌리안은 남자아이 같고 마리솔은 여자아이 같습니다.


그런데, 왜 훌리안을 남자라고 생각했을까요?

바지를 입어서? 머리가 (마리솔에 비해) 짧아서?


갑작스러울수도 있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이유는

이들이 참석하는 결혼식에는 '신부들'이 있다는 것을 

이 다음 페이지에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신부들'의 모습도 

한 명은 흰 드레스를 입었고 다른 한 명은 흰 색 정장을 입고 있습니다.


이쯤오니 작가의 전작 <인어를 믿나요?>가 생각나네요.

물을 좋아해서 할머니와 수영장에 자주 가는 소년 줄리앙.

줄리앙이 수영장에 가면서 마주하는 상황과 장소가 책에 진행될수록

남자아이 '답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줄리앙의 모습에 

아름다운 그림과 귀여운 이야기에 빠져있던 독자들은 신선한 혼란을 겪습니다.


이번 작품도 그래요.

입은 옷과 머리 길이, 모양만으로 남자/여자를 자연스럽게(?) 설정하는 것이

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 것인지,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가 있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존재를 '비정상'으로 규정짓는 것은 아닌지

페이지를 넘기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에 와서 화동의 임무도 멋지게 수행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몰래 빠져나온 두 명이 즐겁게 놀다보니 멋지게 차려입은 드레스가 더러워졌어요.

속상해 하는 마리솔에게 훌리안은 자기 옷을 벗어주고 정성껏 꾸며줍니다.

더러워진 옷은 더이상 걱정거리가 되지 않아요.

둘은 다시 즐겁게, 자유롭게 폴짝폴짝 뛰며 놉니다.


그렇게 놀고 있는 둘을 발견한 할머니들.

옷을 더럽힌 아이는 살짝 주눅이 들어 할머니의 눈치를 살핍니다.

옷이 더러워졌다고 말하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그래, 얘야. 그런데 이제 넌 날개를 달았구나!" 라고 대답하는 어른의 모습이

정말 찐어른, 참어른이네요.


어른의 눈높이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데

-게다가 그 옷을 샀고 빨아야 하는 사람은 어른이잖아요;;;- 

"사랑을 위한 파티"인 결혼식에 온 목적을 잊지 않는 여유와 관대함을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이 정말이지 멋집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평범할 만큼 평범하고 개성적일 만큼 개성적입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평범함과 독특함이 다수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걸까요?

작가 제시카 러브의 생각은 확고해 보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해야 한다'는 규범은 

사랑'과 '애정', '이해'와 '인정' 같은 더 커다란 가치를 해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운 주제가 물 흐르듯이 흐르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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