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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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야기가 나오고, 과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싶은 희망도 생긴다.

작년 초에만 해도 이 시국이 될 줄 모르고, 2020 개봉영화 리스트를 뽑아서

1월부터 12월까지 (그리고 아직 상영일자를 잡지 못한 2020개봉작들도 포함해서)

다이어리에 적어두며 한 해를 알차게 보내기를 다짐했었는데,

기다리던 개봉작들이 날짜를 바꿔가며 일정과 흥행이 안개 속으로 파묻히거나

플랫폼을 다르게 하여 흥 혹은 망-하기도 했고

극장에서 기대하며 뽑아온 전단지에는 분명 작년에 개봉했어야했던 영화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기도 하다. (서복, 어디쯤 오고 있니?)


OTT서비스를 결제하면서 방구석에서 내킬 때마다 영화나 영상을 틀어서 보지만

아무래도 영화관에 가지 못해 아쉬운 점은 훨씬 크고 많다. 


우선 (여전히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입장료를 내면 누구에게나 대략 공평한 환경에서

(자리에 따라 가격이 달리 책정된 자본주의에 특화된 영화관이 떠오른다..) 

빵빵한 사운드를 즐기며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마법.


관크도 있지만, 재미있거나 웃긴 장면이 나오면 함께 웃어제끼며 분위기를 돋우고

슬픈 장면이 나오면 슬쩍슬쩍 눈치를 보아가며 눈물을 닦거나 흐르게 두던

일종의 공동체적인 의식을 치르고 퇴장길에서 각자의 현실로 들어서던 그런 경험.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다음 관객들을 보던 묘한 기분과 

모호한 장면이나 좋았던 장면을 재잘재잘 얘기하면서 감정과 감성을 쌓던 시절.


그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을 읽으며 

분명히 웃고 울고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관에서 일하고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를 만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두개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는 저자 양국선님은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사람들과 오래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르겠지만

영화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쿡언니의 영화감상/읽기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영화를 모든 것으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색깔이 있다.


책에서 다루는 영화는 흥행에서 꽤나 성공한 대중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되,

독립영화나 아트 영화 중에서도 제목은 들어봤음직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찬양(!)과 칭찬(!)과 영업(!)이 상당히 세련된 방법으로

책 곳곳에 녹아들어 있기도 하거니와 

영화에서 시작된 단상이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 쿡언니의 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느꼈던 점과 결이 다른 느낌과 생각을

책을 통해 만나게 되면서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떠오른다. 




배우의 눈빛과 표정, 말투나 혹은 숨소리, 

캐릭터끼리의 앙상블과 케미, 또는 티키타카,

화면을 채우는 오묘한 빛의 변화와 깊이, 영화의 색감.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주제, 마음에 깊이 꽂히는 대사, 

탁월하게 잘 맞는 사운드, 몇 번이고 변주되어 흥얼거리고 나오게 되는 주제곡.

그 감독만의 감성과 인장, 좋아하는 배우의 신작, 좋아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위로받는 시간, 깔깔대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 모험을 떠나는 시간.

영화에서 영감을 얻고, 다짐을 하게 되고, 주위를 새로운 시선을 보게되는 경험.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은 알림과 전화로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영화를 감상하며 즐겼던 시절이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방구석에서라도 영화에 대한 리스펙을 가지고 다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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