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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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이 끊긴 것을 알아야만, 비로소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중교통의 막차가 그렇고, 더 이상 울리지 않는 단체 카톡방이 그렇고,

아무 때나 연락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연락할 수 없게 된 인간관계가 그렇다.


<굿모닝 미드나이트> 라는 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우주와 북극을 배경으로 한

지구의 아주 나중은 아닌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에 있지만 북극은 나에게 우주만큼 먼 곳이다.

우주는 상상 속이나 근사한 영화관에서 한 조각 만큼만 보았을 뿐이다.

우주든, 북극이든 이곳이 아닌 저 멀리 어딘가- 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고

그곳에서 자신의 천체 연구를 마무리하려고 몇 년째 머무르는 과학자 노인.

이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서먹함을 기꺼이 환영하는

나이만 들었지 서툰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모든 것을 얼리는 칼바람이 불고, 살아 움직이는 존재는 극소수에다가

눈 속에 대부분의 것들이 적당히 가려져 있는 북극이 그에게는 오히려 편한 공간이다.


극지방 연구소에서 별을 연구하며 삶을 마치기로 결심한 그에게

갑작스레 모든 연구원은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그는 남기를 택한다.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폐쇄되는 기지에 더 이상 올 비행기는 없고, 함께 가지 않으면 고립이라며

철수를 돕기 위해 파견된 소위가 몇 번이고 간곡히 설득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미 죽음의 장소를 정한 어거스틴에게는 어떤 말도 힘을 잃는다.


그나마 있던 사람의 흔적도 사라진 황량한 북극에서

어거스틴을 놀라게 하고 동요하게 한 것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고

이름을 물어봐도 대답이 없는 8살의 소녀 아이리스를 만난 어거스틴은

그제야 당황하고, 상관하게 된다.


완고하게 고립을 택했던 어거스틴이 아이리스를 위해 바깥세상과 연락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과정이 담담하고 서정적으로 묘사되는 점이

이 책이 품고 있는 많은 매력 중에 단연 인상적이다.



북극에 어거스틴(과 아이리스)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다른 한 축은 목성에서 지구로 귀환하다 지구 관제소와 연락이 끊긴

에테르 호의 통신전문가 설리가 맡고 있다.


에테르호는 북극 연구소보다는 북적인다.

인류 최초로 목성 탐사에 성공하는 멋진 과업을 성취한 에테르호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지구와의 연락이 끊기면서 -정확하게는 지구가 침묵하면서-

혼란과 허무함,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왜 연락이 끊겼는지도 알 수 없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우주에 있어도 대원들과 함께 있고, 언제나 원할 때 의사소통했던 지구가 있었기에

고립-분리-떨어짐을 극단적으로 실감하지 못했던 그들이 진짜 단절된 것이다.



아이리스를 위해 바깥세상과 연결해야하는 북극의 어거스틴과

귀환을 위해 지구와 연결해야하는 우주의 설리가 

서로가 목적이 아니었지만 결국, 운명처럼 서로에게 닿을 수 밖에 없게 된

교신에 성공한다.


과연 어거스틴은 아이리스를 지켜낼 수 있을까?

설리는 동료들과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주, 모험, 생존, 감성, 고독, 허무함, 삶의 의미와 목적과도 같은 

별처럼 반짝이지만 손에 닿지 않는 개념과 철학적 의미들이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더욱 심연 속으로 담그고

조금씩 마음을 털어넣고 자신과 솔직히 직면하는 설리와 어거스틴의 모습이 

<굿모닝 미드나이트>에 온기와 화해, 평화로움을 불어넣는다.


우주, 북극이 아니더라도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다고 느껴본 사람들에게

고독과 연결됨에 대해 문득 깨닫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다.


그래서 <그래비티>의 조지 클루니가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을지도!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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