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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12월
평점 :
겨울은 시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은 춥고 나무는 앙상해져도 내 공간 안에서 따스한 온기를 품은 차 한 잔을 들고
열기를 지켜주는 담요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곱씹기에는 겨울이 참 좋죠.
얼마 전 눈이 펑펑 내렸을 때는
이미 퇴근길과 출근길을 걱정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앙상했던 나무가 소복소복 쌓인 눈 덕분인지 찐겨울의 풍경을 입는 것이
여전히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문득 무서운 마음도 듭니다.
꽁꽁 싸매고 나가도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은 야속합니다.
겨울은 힘든 사람에게는 유난히 더 가혹한 계절이기도 합니다만,
깨끗한 고드름이 빛나는 햇살에 반짝이기도 하면
겨울이 그저 봄을 기다리며 버티기만 하는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겨울을 힘겨워하고 있는 누군가가 없는지 한번 더 떠올려보기도 하고요.
자연의 찬란함과 생동감, 아름다움을 말하기에 겨울은, 복잡한 계절입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은 계절별로 시와 그림을 묶어 놓은 시리즈의
'겨울' 편입니다.
윤동주, 백석, 김소월, 정지용, 장정심, 노천명 등 32명의 시인의 작품이 있고
클로드 모네, 에곤 실레,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의 작품이
12월, 1월, 2월의 매일매일 동안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책 속에서 기다립니다.
무엇보다, 책이 참 예뻐요. ㅎㅎㅎ
소장욕구가 +10 만큼 올라갈 정도로요.
그리고 하루하루,
다음 날에는 어떤 화가의 작품과 작가의 시가 기다리고 있을지
책을 펼치는 재미와 설렘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글과 그림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더 깊은 감상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시만 읽을 때와 그림을 보면서 시의 내용을 떠올릴 때의 느낌이 정말 달라요.
이것이 시화집의 매력이겠죠? ^^
계절 시리즈 중 어디에 실어도 반가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시도 있고
제목부터 '겨울'이라고 외치는 시도 있습니다. ^^
시인 고유의 필치를 살리기 위해 원문 그대로 수록하여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과는 사뭇 다른 표기와 맞춤법을 만날 수도 있구요.
외국어(일본어)가 함께 실린 시도 있답니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같은 시여도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지라,
꼭 책에 수록된 날짜대로 읽진 않아도 됩니다만,
처음 읽을 때는 수록된 날짜대로 읽어갔습니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의 시와 그림은 되도록 그 날 만나기 위해
호기심을 애써 누르며 아끼고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시간과 공간을 채우던 겨울도
자기의 자리를 서서히 봄에게 내어주겠지요.
가끔 꽃샘추위로 자기 존재감을 심통맞게 알리기도 하겠지만요. ^^
이 시리즈가 봄에는 어떤 시와 그림을 소개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결국 사계절을 다 찾아읽게되고야 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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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