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고칸 메구미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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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었다.

시작. 처음. 이라는 말이 주는 생동감과 기대감은 몇 번을 겪어도 참 크다.

해는 어제와 다름없이 뜨고 지는데도,

인간의 기준으로 만든 달력의 첫 날에 뜨는 해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산으로, 혹은 특별한 장소에 모이고

동이 터오를 무렵부터 두 손 모아 한 해 동안의 소원과 희망을 기원하는 것도 

1월 1일이 상징하는 첫, 시작, 최초의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겠지.


우스운 것은 그렇게 경건(?)하기까지 한 의식을 치른지

일주일이 넘어가면 (혹은 아예 그 다음날인 1월 2일부터는)

그렇게 벅찬 마음으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거나,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ㅎㅎㅎ


그래서일까?

"새해 벽두부터 천 개나 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겠다고?" 라는 질문에 담긴

왜 그런 부정적인 기운을 -그리고 울 것이 분명한 글을- 굳이 찾아보느냐는 염려가

고맙지만 조금 순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원을 살 것처럼 계획하고 생각하는 인간이지만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것이 또 인간이다.

이러니- 저러니- 다른 사람의 일에는 객관적으로 충고하고 분석하지만

정작 내 앞에 큰 일이 닥치면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간이 앞에 놓인 이 즈음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은 '죽음'에 대해 의식함으로써 

'삶'을 훨씬 생생히 느끼게 하고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 책의 저자 고칸 메구미님은 16년을 간호사로 일한 사람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일하며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고,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이라는 상황과 현실을 맞닥뜨린 사람과

그 사람을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을 지켜본 뒤


"우리 모두는 죽음을,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이나 우리나 동양권의 국가로서

'부정탄다'라든지 '재수없다', '말이 씨가 된다' 라는 표현과 정서가 있어

'죽음'을 일상에 가져다 놓고 얘기하는 것은 꺼리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죽음'이라는 과정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인생이라는 유일무이한 자신의 작품 마무리가 흐릿해진다.


떠나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아쉬움과 허무함을 느끼는 것도

한이 맺힐 정도로 고통스럽겠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몫이라고 해도

남겨진 사람들을 돌아본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남아있는 사람의 우주의 일부분이

영원히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당신의 부재가 바늘에 꿰인 실처럼 자신의 인생이 가는 곳마다 

한 땀 한 땀 새겨졌다는 시인의 말처럼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눈에서는 안보이는 암흑이지만 고통스럽게 통각을 자극하는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삶을 충만하게 살아야 할 지,

사례를 통해 독자가 담담히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게 돕는다. 


가족이나 사랑에 사무친 사이가 아니어도 

일터에서 인간의 죽음을 몇 번이나 경험한 의료진조차도 힘겨운 죽음. 



삶에 어떻게- 라는 방향성과 얼마나- 라는 깊이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는 죽음.



성취, 성공, 부, 지위, 권력, Flex, 효율성, 동안, 젊음, 건강, 최첨단... 처럼

우리의 시야를 여기가 아닌 저 먼 곳에 고정시키고 욕망을 부추겨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함의 행복을 무시하게 만드는 것들을 경계하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무엇을 후회하고 또 감사할 것인가?


그래, 한 해의 시작에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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