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 - 정채봉 산문집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이렇게 말간 감성의 에세이를 읽으니 정말 좋다.

심지어 정채봉님의 글이라니, 이 책의 매력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


소박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처럼, 잔잔하지만 묵직한 글을 써 온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작가 정채봉님.


지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많이 나오고 잘 팔리지만,

그 마중물은 정채봉님이 아닌가 한다.

'성인을 위한 동화'라는 영역을 새로 만들어 내며,

아스라이 기억 한 편에서 반딧불이처럼 겨우- 보일락 말락하게

깜빡깜빡하는 계산없이 순수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나도 하루만 지나면 툭- 터는

단순했지만 그래서 씩씩했던 어린 내 마음과 그 시절의 기억을 

한순간에 조금 낡고 지치고, 사납고 거칠어진 내 앞으로 끌어와주는 매력.


그것이 정채봉 작가의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심지어 차례와 각 글의 제목만 읽어도, 이렇게 마음이 고요해질 일인가, 싶다.

50대의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그의 마지막까지

삶의 아름다움, 소년같은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다듬고 다듬은 자기 성찰,

자연과 자유에 대한 애정과 탐구,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작가만큼이나 담담하고 꾸밈없는 글로, 

묵직해서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종소리처럼 풀어놓았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글자는 결코 많지 않지만

쉬이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다.

정채봉 작가가 만나고 대화를 나눈 사람들 중에는 

엄청나게 유명한 작가, 수도자, 교육가 등등 알려진 분들도 있지만

그가 길어올린 정수는 간발의 차로 놓친 기차를 기다리며 스쳐간,

만약 내가 만났다면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도 있다.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가 한 경험과 비슷한 시간과 결을 독자들이 찾게 만드는

그래서 무슨 일이든 두근거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벅차오르게 했던

'첫 마음'을 꺼내보게 만드는 글을 부록으로 함께 온 필사노트에 적을 수도 있다. 

(이 기획, 칭찬해!!!)


<첫 마음>이라는 말이 어느때보다 잘 어울릴 연말연시.

새로 다가오는 또 한번의 1년을 어떻게 보내고 1년 뒤 어떤 마무리를 할 지 생각하며

마음을 차분함과 아름다움으로 적시기에 좋은 책이다.


책 안쪽에는 초록색이 조용히 숨어있다.

자연을 사랑한 작가의 책이라 그런 편집과 디자인을 한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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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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