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참담한 경험을 전 지구적으로 할 줄은 몰랐다. 여전히 언제 끝이 나는지 짐작조차 못할 줄이야.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서 근원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AI시대에 인간이 못할 것은 거의 없다고 기고만장했던 과학의 시대에, 팬데믹으로 지구의 모든 인간들에게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업'에 대해 승승장구하며 지구의 다른 생명체, 자연을 마음대로 다루던 우리가 (그래서 더 위험하지. 공기 중 비말, 에어컨으로도 멀리멀리 퍼지는...) 바이러스 때문에 격리되어 자유로이 이동하지 못하고, 그럴 의도 없이 가까운 사람에게로 병을 전달하며 결국 가장 내밀한 관계일 수록 가장 철저하게 끊기는 아이러니를 맛보게 될 줄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까. <지구에서 스테이>는 세계 18개국의 시인 56명이 동양과 서양의 시인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사유한 것을 이 책이 마음의 백신이 되기를 바란다는 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인이 "시의 언어는 삶과 죽음을 섞고 슬픔의 바다에 기쁨의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고 한 말이 새록새록 마음의 표면에 떠올라온다. 어떤 시는 읽어도 잘 이해와 공감이 되지 않아 타국의 언어를, 그것도 시어를 번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했고, 어떤 시는 비참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며 다시 격상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진심이 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시는 '정서'에 기대는 면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나라의 시보다 우리나라나 이웃나라의 시가 더 아리게 다가온다. (그리고 외국 시는 확실히 일본 '하이쿠'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싶다. 큰 덩치의 서양인이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꼬아서 들고 부들거리는 느낌?) 2020년은 지구의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멈춰 섬.이라는 경험을 하게 했다. 인간(혹은 소수의 이익)에 국한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상자 밖으로 나오기를 그래서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