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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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머리말을 읽기 전까지, '진흥왕 순수비'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무지함, 무관심함, 교육을 운운하고 싶지 않다.
따지고 보면 모두의 탓이니까.
진흥왕 순수비는 외웠을망정, 그것이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있는지에 대해
따로 수고롭게 알아보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라시대의 유물이니 경상도에 있겠거니- 했는데
서울 북한산에 떡- 하니 있을 줄이야. 
등산객들도 정상 표지석이라고 착각할 정도란다.

책의 저자 배한철님은 박물관과 유적지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문화재 기자이다.
자신이 얻은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문화재와 역사에 관한 칼럼과 글을 쓴다.
공부만으로 얻은 지식과 이론을 나열하듯 펼쳐놓거나,
소위 '국뽕'에 가득 차서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목놓아 부르짖지도 않는다.

역사서와 고문헌을 탐독하여 얻은 정보와,
전국 유적지를 구석구석 답사하여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경험과,
우리나라 국보에 깃든 고유한 아름다움과 이야기에 감동한 내용을
47점의 국보가 하나의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되도록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문화재나 국보, 그림을 다루는 책은 그 안에 실릴 사진도 궁금해진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는 흑백과 컬러 사진을 절묘하게 배치한다.


실제 국보의 사진 및 출토된 곳, 현재 그 국보가 보관되는 장소 뿐만 아니라 

국가의 보물이 함부로 다뤄지거나 잊혀졌을 시절의 모습이 담긴 사진자료까지 

쭉- 보고 읽다보면 박물관에서 조명을 받고 한 점씩 보기 좋게 전시된 국보들이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 비용과 눈썰미 그리고 굳은 강단과 결의로 

우리나라에 남을 수 있었거나,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깨달음과 감사함이 들 수 밖에 없다. 


제목도 재미있다.

'공개조차 꺼렸던 소박한 가야 금관'이란 제목으로

역사 속에서 작은 국가, 주변의 큰 국가의 영향을 받다가 결국 합병된 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가야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가야국의 보물들을 선보인다.



이것이 소박(!)한 가야 금관의 실체.

물론 백제나 신라의 더 높고 반짝이는 금관같지는 않지만

뜯어볼 수록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금관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이 정도가 '소박'이라면 우리나라 문화재의 플렉스(!)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이쯤되면 나오는 것이 국보의 유출/도굴/문화재 찬탈의 문제.

대영박물관에서 영국의 문화재가 몇 개나 될까, 루브르는 또 어떨까?


제국주의로 총과 칼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착실하게 쓸어다 담아놓은 문화재를

자국의 수준높은 문화로 뻔뻔하게(!) 계속 갖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화가 난다. 

우리나라도 외세가 대한민국의 인적, 물적 자원들과 정서까지 탈탈 털어먹던

조선후기, 일제 강점기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과의 전쟁이 날 때마다 당했던 일이다.


교묘하게 자국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완전히 훼손해버린다던지,

훔치고 빼앗은 국보를 꽁꽁 숨겨두고 모른 척- 하는 모습, 

전리품으로 여기며 모욕적이고 과시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은

국격과 품격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몇 푼의 돈에 국가와 민족의 정수를 팔아먹는 사람들이나,

얼마 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숭례문 방화 사건처럼 

우리 문화재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이 결코 그와 같은 짓을 벌이지 않게 하려면

국민 모두가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겠다는 

아주아주 교과서적인 다짐이 저절로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정이 붙나 보다.

아직 다뤄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보물과 국보도, 계속 소개되길 바라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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