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 이야기로 만나는 23가지 한국 신화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5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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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신의 권능을 누리면서도 인간적 매력(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올림푸스의 12 주신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도 흥미롭지만

결국 그들을 그림과 조각으로 형상화하고 드라마의 모티브로 차용하여

오래도록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예술가들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그 신들의 이야기를 종교적으로 탄압하며 흔적을 지웠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인지도(!)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과 만화책까지,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우리 곁에서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며 함께 숨쉬고 있다.

우리 신화의 신들은 어떨까?

미신이나 토속신앙 정도로 치부되며 존재가 가차없이 지워지고 무시되고 있다.

편협한 종교적 근본주의로 문화재로 남은 것들도 훼손되고 불타 없어지고

건국신화인 단군 정도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에서 우리 조상들이 살아오며 그리스로마 신들만큼이나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우리 신화의 신들이 있었다는 것을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 23가지 이야기를 담아 편견없이 알리고 싶은 것이

책의 저자 이상권씨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우스꽝스럽고 어리숙한 도깨비를 까칠하고 예민하며 츤데레지만

가슴 저미는 사랑꾼으로 현대로 소환한 드라마 <도깨비>나

사후 세계에서 저승사자들과 여러 지옥을 거치며 환생의 길로 향하는 주인공에게

천만이나 마음을 보내주었던 <신과 함께> 시리즈,

그리고 요즘 아주 제대로 마음을 홀리고 있는 <구미호뎐> 등등

지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에도 우리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들이 

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신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서 다루는 여러 신들과 그에 얽힌 원전은

기존에 스치듯 가볍게 다뤄졌던 우리신화 속의 신들을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 신 앞에서 스스로를 다잡고 조심하는 것은

인간 사이 뿐만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 이상 달에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것을 믿지 않고,

바다의 용왕이나 산의 신령이 산과 바다의 생물들을 보호하고 지킨다고 믿지 않아도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을 보면 그것에 깃들인 마음과 바람을 떠올리고

돌잡이를 보며 아이의 미래가 잘 풀리기를 한 마음으로 바라는 것,

수명이 길어져 환갑 잔치나 칠순 잔치의 의미가 예전만 못해도 국수를 준비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에 남아있는 신화의 흔적이다.



원래는 인간이었거나, 외국인(관우ㅎㅎ)이었거나, 아니면 영물로 살았던 존재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아픈 삶을 살아내고 신으로 추앙받게 되는 이야기는

삶의 고달픈 순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천연두를 '마마'라고 부르며 어르고 달래며, 

큰 역병이 조용히 물러가기를 바랐던 그 옛날 사람들의 마음이 

현대의 팬데믹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지금의 우리의 마음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겠다.

하긴, 건국설화부터 쑥과 마늘을 먹으며 동굴에서 100일을 버틴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던 우리가 아닌가. ㅎㅎ


옛 그림과 문화재에서 묘사된 토속 신앙과 그 신들의 모습이 자유분방하다.

그리스로마신화가 올림푸스 신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듯

우리 신화가 좀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현대적 콘텐츠로 계속 등장하길 바라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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