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파래서 흰색을 골랐습니다 - 나라 소년형무소 시집
료 미치코 엮음, 박진희 옮김 / 호메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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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왼편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글자를 읽기 전까지는

푸른 하늘과 여유롭게 지나가는 흰 구름이 고즈넉해보이고,

그 아래 있는 붉은 벽돌 담장은 외국의 거리나, 수도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펼치고 보니, 수도원과는 한참 다른 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의 시를 모아놓았다.

일본 나라 소년형무소에 있는 수형자들이 쓴 시가 소개된 이 책은,

<하늘이 파래서 흰색을 골랐습니다>라고 담담한 제목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수형자들의 일기, 글, 노래, 합창 등을 주제로 한 영화의 내용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는데,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지도 않고,

한 순간의 실수로 이곳에 갇혔지만 알고보면 순수한 사람- 이란 식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게 참 좋다.


그저,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해를 끼치고

잘못에 해당하는 벌을 받고 있지만,

인사를 주고받거나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방법 조차 몰랐던 사람들이

이 책의 저자 료 미치코조차 그 효과를 믿지 않고 시작했던 

하 달에 세 번 진행되었던 <사회성 함양 프로그램> 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할 지에 대해 점차 배워가는 모습과

점점 다른 사람(어머니,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에게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것을 고백하는 시를 쓰는 모습이 

시와 함께 소개되어 독자가 그 상황에 점차 몰입하게 만든다.


시를 어떻게 쓸 지 몰라서, 그럼 좋아하는 색에 대해 써보자-로 시작한 것도 

거창한 '예술'이 아니라 소박한 '기록'으로서의 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은 그대로 한 편의 시였다.

제목은 '구름'


오래도록 묵혀둔 깊은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하기까지,

이 시를 쓴 사람이 겪었을 세월이 조금쯤, 상상된다.

마치 미술관처럼 그냥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도슨트처럼 작품의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 감정이 깊어진다.



미사여구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고, 담백한 이유가 덧붙여진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묵직하게 정공법을 택한 공이 더 깔끔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기분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세계의시 #하늘이파래서흰색을골랐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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