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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식물의 세밀화와 함께, 그 식물에 대해 알려주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예전부터 이런 기획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연의 에너지가 그립고 아쉬운 때라서 그런지, 눈길이 가고 호기심이 인다.
'흔들리며/버티며/살아가는/나무의/지혜'라는 소제목과
표지를 수놓는 아름다운 나무들에 홀리는 기분으로 책을 열고 나서
풋- 웃음이 났다.
이렇게 귀여운 속표지라니!
나무가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해서 즐겁게 몸을 흔드는 것마냥
스웩이 묻어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알아갔다.
이 책은 참으로 유쾌하고 명랑하며 따뜻한 책이라는 것을!

꽃을 보면 '와~' -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늙은 거라고 하던데;;- 감탄하지만
나무는 울창하게 자란 키나 잎이 이루는 그늘,
여린 초록이었다가 짙은 녹음이 되었다가 아름다운 단풍이 들 때
전체적인 이미지로 보아서 그런지, 이렇게 많은 종류가 (& 이름이) 있는지 몰랐다.
(사진은 2장의 차례 중 앞의 한 장이다)
4억 년전부터 이 땅에 존재해온 나무.
판타지영화에서는 지혜의 존재로 묘사될 정도로,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던 나무.
설화에 나와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고, 지금도 경외의 대상인 나무.
그 나무들이 우리에게 할 말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

첫 장부터 세심하고 아름다운 폰트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제일 처음 인사하는 나무는 단풍나무.
먼저 눈이 향한 곳은 고즈넉한 산사에서 많이 본 단풍나무의 모습인데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단풍나무처럼, 글자들이 줄이 바뀜에 따라 다른 색으로 물들어간다.
이런 섬세함이라니!
그저 그림만 예쁜 책이 아니었다.

각각의 나무가 가진 특징에 따라 지혜의 말을 담백하게 적어두어
점점 그림보다 글에 눈이 먼저 향하게 된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왜 제목을 <나무처럼 살아간다>라고 정했는지 알겠다.
동물과는 달리, 자기가 뿌리내린 곳에서 좋든 싫든 삶을 버텨야하는 나무.
날씨가 험악하든 좋든, 어디 피할 곳도 없이 고스란히 자신의 온 존재로 살아가는 나무.
나무도 묘목일 때가 있었을텐데, 누구나 올려다보는 큰 키로 자랄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켜켜이 쌓아왔을 나무의 시간을 비추어 보며,
나무보다 짧게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돌아보자는
작가의 마음과 생각이 물들어가듯, 옮겨오는 기분이다.


세밀화의 섬세한 아름다움 만큼이나,
잘 고르고 다듬은 단어가 아름답다.
이 책은 번역본이다. (원서의 말도 궁금해져서 읽고 싶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 번역한 역자 김현수님에게 고맙다.
묵묵하게 깊이감을 더해가는 나무들에 대해 알고, 감동하는 시간을 보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