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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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철학은 그 자체로 심오한 학문(혹은 구할 수 없는 답을 얻으려는 도전)이고

따라서 철학자들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생활 속에서 가끔씩, 문득,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무슨 의미?" 를 생각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굳이, 오래도록 사유하기를 결심한 대단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철학자들은 학자의 본분에 따라, 자신이 발견한 철학의 조각을 

그렇게 -당분간- 결론이 내려진 이유와 근거와 논리를 붙여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마치, 모호하게 생겼다 사라지는 연기를 손에 가두고

옆동네에 가서 '이것 봐! 내가 발견한 거야' 하고 펼치는 사람들 같다.


전달받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목격한 그대로를 함께 본다는 것은 어렵지만, 

운이 좋다면, 그리고 충분한 시간과 상상력, 이해력을 발휘한다면

손에 남은 온기와 연기의 냄새 등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짐작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은 학문.

그것이 철학같다.


니체는 매력적이다.

니체의 일갈은 처음에는 상당히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같은 화끈함 뒤로

그 말들을 곱씹으며 느껴지고 파악되는 심원을 발견하면

호들갑을 마구마구 떨고 싶게 된다.

"와- 대박!, 이거가 원래는 이런 뜻이였단 거, 알았어?" 하고.

그런 호들갑의 시기가 지나면 "잠깐만, 과연 그게 그런 거였나?" 라며

스스로 발견했다 생각한 것에 회의가 생기며 

짐작할 수 없고, 시시각각 색이 바뀌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숨을 막히게도 하지만, 언제고 다시 뛰어들어가고픈 도전의식을 부른다.


같은 글귀를 읽고도 개인적 경험과 사유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처럼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작정하고 전공자들의 해석과 동떨어진

창조적 오독은 하지 않되, 자신만의 색깔과 느낌으로 니체를 표현하고자 쓴 책이다.

그래서인지, 서문부터 작가의 색과 열정이 뚜렷하게 표현된다.

철학책의 시작이 이토록 유쾌할 지는 몰랐고, 그래서 색달랐다.


책 제목이 괜히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이 아니다.

니체를 다루고 있지만, 니체라는 큰 대로로 접근할 수 있는

자기의 발자국으로 낸 사잇길, 새로운 길, 길이 없어진 길을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겪었음직한 에피소드와 엮어서 즐겁고 씩씩하게 걷는다.



생각지도 않게 마주하게 되는 재미난 생각과 발견들이

익숙한 요즘의 드라마, 고전, 책, 다른 사상 및 종교 및

철학자이자 자연인으로서의 니체의 삶과 같은 연결고리를 만나

우리 곁을 도도히 흘러가고 있는 철학의 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잘 지낼 때는 사실 철학의 필요를 느끼기 어렵다.

잘 지낸다는 것의 정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지금 내가 마주한 사람, 상황, 현실이 불만스럽고 고통스럽지 않으면

굳이 어려운 사유를 애써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풍요를 누리다가 문득 '이게 과연 삶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배부른 소리나 다른 어려움이 없는 팔자 편한 사람들의 생각놀이가 아니다.

애써 내 마음을 달래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까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인지라, 아예 끊어내지 못한다면 

자의든 타의든 함께 얽혀 고통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특히 그 관계가 애정, 관심, 사랑을 바탕으로한 것이라면 

누구든 지쳐 떨어지거나, 남의 리듬을 따라가게 되거나 

궁극적으로 서로 호흡을 맞추어 편안해지기까지 

끝낼 수 없이 함께 추어야 하는 춤이 되어버리고야마는 것이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 이라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주문이지만,

인간은 의미가 중요하며, 목적과 무조건을 자유롭게 넘나들기 바라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존재라는 것을 책을 읽을수록 느끼게 된다.



책 중간중간에 인용되는 니체의 말과 그의 책들은

과연, 완독을 목표로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아우라를 마구 풍긴다.^^

이 책의 저자 천경같은, 유쾌한 '니체 읽기' 안내자의 설명과 더불어 

순한 맛에서 매운 맛까지 부담스럽지 않게 야금야금 맛보기에 좋았다.

철학과 니체에 대해, '들어본 맛'에서 '아는 맛'으로 바꿔주는 책이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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