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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지갑 열지 마 - 첫 월급부터 시작하는 2030 재테크
권종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너무 작고 귀여워 요정같은 월급이 들어오면 (원래 요정은 현실에는 없는 존재)
기다렸다는 듯, 카드회사에서 돈을 인출해간다. 사이버 머니가 따로 없다.
나에게 카드가 이렇게 많았던가.
내가 이 카드를 이정도로 썼던가.
믿을 수 없는 심정으로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앱으로 사용내역을 훑어보면
분명히 내가 다 입고, 먹고, 쓴 것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밖에 나갈 일은 줄어들었지만,
우리나라의 물류시스템은 새벽에도 문 앞에 싱싱한 식자재를 가져다 줄 정도로
지나치게 발달되어 있어, 돈의 씀씀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집콕으로 심란한 마음은 SNS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만들고
누군가가 산 아이템들은 그 신박함에 없었던 욕구를 끌어오르게 한다.
결재는 또 얼마나 쉬운가?
손가락만 몇 번 갖다대면 이 책의 제목이 우습게 지갑을 열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다.
내가 뭘 샀는지 잊어버릴 때쯤, 집 앞에 도착한 택배상자를 열면
그때는 너무나도 갖고 싶었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배송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것이
왠지 반짝임을 잃은 느낌이다.
언박싱의 즐거움도, 가끔이다.
박스가 쌓이면 재활용 쓰레기도 쌓이는 것이다.
돈을 버는데, 돈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구해주기 위해 저자 권종영은 부탁한다.
<제발 지갑 열지마>
당신은 다음 테스트에서 몇 개의 문항에 체크하였는가?

남 일같지 않다.
돈은 벌고 싶은데, 겁은 많고.
그래서 남들은 뭐 하는지 살펴보다가 아무런 준비와 공부없이 덜컥- 돈을 넣었다가 날리고.
어차피 서울에서 집 사는 것은 영끌해도 다음 생에- 니까
지금의 나(의 서러움과 갑갑함, 그리고 무기력함)를 달래줄 소소한 행복을 위한 소비를 하게 된다.

이 책은 큰 돈을 벌게 해준다고 큰소리 치는 재테크책이 아니다.
취업이라는 힘든 관문을 뚫은 사회초년생이나, 이제 막 재테크를 해볼까- 하는 2030에게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습관을 쌓고,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초지식을 얻게 해주는
월급관리 참고서 같은 책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개념은 '선순환'이다.
1. 무의식적인 소비 욕구 줄이기 (외부 자극이나 즉흥에 따라 자주, 적은 돈을 소비하지 않기)
2. 소비보다 저축이나 투자에 관심과 노력 기울이기
3. 목적을 설정하고 포트폴리오 구성하기
4. 목돈 모으기
5. 투자실행
6. 수익실현
7. 재투자 및 재설계
외부의 자극(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자기 의지로 재테크에 입문하는 동기부여를 더욱 강조하며,
우선 성취감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월급 재분배를 해야한다.
그 작은 목표가 천만원이다.

티끌을 모으면 티끌이지만.
10원이 20원 되는 것보다, 투자만 제대로 한다면 100만원이 200만원 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돈이 크면 클 수록 포트폴리오와 투자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아지고,
하나에서 실패를 거두더라도, 다른 바구니에 담아놓은 것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1장과 2장은 재테크의 시작점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은 매우 익숙하지만 '왜' 그래야하는지 실감하지 못한 2030에게
합리적인 근거를 대며,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을 요청한다.
1. 고정비용과 소비패턴 파악하기
2. 목돈과 비상자금을 분리하여 만들어 두기 (목돈을 깨야하는 상황은 항상 발생한다.)
3. 신용카드 자르고 체크카드나 현금사용하기
4.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재테크앱, 정부 정책/혜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5. 주거래은행으로 신용점수 쌓기. 은행의 이율은 미미하지만, 신용점수는 크게 쓰인다.
'3장 두가지만 알면 기초자산이 내 손에' 에서는 은행과 보험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
'4장 스마트한 투자는 욜로보다 짜릿하다'에서는 주식, 부동산, 펀드 같은 투자에 관한 지식과
연말정산, 부동산계약하기, 세테크에 관련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며
실제로 필요한 상황에 써먹을 수 있는 팁과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협감이 고조되고
전세계가 팬데믹으로 멈춰있을때, 고정적인 월수입이 있다는 것은 충분한 장점이다.
아무리 작은 월급이어도, 없는 것보다 낫다.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평생 직장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