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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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표지를 보고 내용을 미리 추측하는 것을 즐긴다.

표지의 제목, 일러스트, 부제나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 혹은 저자의 이름에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탐정처럼 추리하고 책읽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의 인상은 철학과 낭만의 도시 파리까지 가서

세상을 바꾸려는 허황된(?) 생각이 아닌, 세상이 어떠한 태클을 걸더라도

상처받고 패배를 선언하지 않기 위해 나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방법을 공부하는

당찬 학생의 좌충우돌 적응기(?) 혹은 유학 생활의 이야기가 담겼겠거니 싶었다.


마침 저자의 이름도 '전진'이고 해서. ^^


책날개의 작가 소개 첫마디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앞으로 이야기의 화자가 될 저자가 가장 먼저 내밀며 독자와 인사하는 첫마디는

저자의 태도, 가치관,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전진 작가는 명품 인간이 될 수 없었던 파리의 철학도. 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명품 인간이라니.

비인간과 인간의 조합에다가 명품의 진위나 가치를 무엇으로 책정할 것인지 모호한 단어.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고등학교 졸업식의 (축하와 격려의 의미였을) 교장선생님의 외침에

쎄-함을 느끼고 일찌감치 결정지은 파리에서의 공부의 화두로 설정한다.


1장 배움의 시간 : 나에게 가장 좋은 삶 과

2장 배움의 재구성 : 모두가 덜 불행한 세상 을 오가며

저자가 한국, 경상도, 부산에서 자라며 겪고 경험한 세상과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만나고 경험한 세상이 씨실과 날실처럼 직조된다.



언뜻보면 아주 다른 색깔일 것 같은 한국과 프랑스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꽤나 많다는 것을 발견하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글로벌 시대와 자본주의 때문인지 철학적으로 고민하고 사유할 거리가 넘쳐나고 있어(!) 

가장 좋은 삶을 모색하는 고민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치지 않음을 

-즉 글로벌하게 공감될 수 있음을- 도전의식을 불태우기도 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치열하게 버텨낸 저자의 경험과 쓴맛은

독자들의 직/간접 경험과 닿아있어 공감하기 쉽고,

저자의 회한, 자조, 울분에 가까운 감정의 파고가 어느 지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더욱 집중하며 몰입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삶에 있어 '철학'을 떠올리는 순간이 결코 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의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드글드글 끓을 때,

사유의 전문가들인 철학자들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소환하고 지혜를 구하게 된다.

저자는 그 소환처를 파리로 설정해서 한국에서 눈치보고 순응해야하는 억압에서 벗어나

외국어로 깊은 사유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스스로를 던진다. ^^



'나에게' 가장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왜 명품인간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이의 행복까지는 추구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불행으로 나의 처지를 안도하고 안주하려는 삶의 태도는 왜 위험한 것인가.


현재의 깨달음과 앎이 없었던 자리로 돌아가, 현재의 나를 만든 요소를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철학하기'의 유용성을 전하려는

저자의 시도와 '삶을 이해하려는 방법'이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전달되어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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