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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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자마자 궁금했다.
왜 카프카고, 함께 빵을 굽는다는 걸까? 먹는다는 걸까? 비평한다는 걸까?
표지의 일러스트로는 빵을 굽다가 실패하는 것이겠지만, 제목부터 호기심 만발이었다.

이 책의 저자 톰 골드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에든버러 예술대학, 왕립 예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가디언>, <뉴욕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에서 카툰 연재를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고차원적이며 고급진(!) 유머가 넘치는 카툰이 가득하다.

풍자적인 유머, 세련된 유머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이 책으로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인 '아이너스상',
그 중에서도 최고의 유머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단다.


아쉽게도 나의 문화적 소양이 전세계가 인정하는 상을 수상한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패러디는 원작을 제대로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그 영향력과 유머러스함을 어필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몇몇 작품들이나 트렌드들은, 
원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아쉽게도.
"흐음.... 그래서?" 라는 반응만 끌어낸 카툰이 과속방지턱 마냥, 
책 중간중간에 툭툭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밌다.
상은 괜히 주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열광에는 이유가 있다.
비록 독특하고 냉소적인; 유럽 유머를 
동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내가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마치 자막없는 영화를 외국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보는 기분이다. 
 남들 다 웃는데 나만 못 웃고 있는!-
그래도 책을 좋아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글로벌하며 보편적인 문화코드는 같이 향유한 덕인지
깔깔거리며 웃어넘긴 페이지도 많다. (질척질척)

우리나라였다면 분명 라면 냄비 받침으로 사용되어 표지에 빨간 얼룩이 생긴 책도
당당히 한 자리 차지했을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책들> 


필요한 부분만 짧게 끊어 읽었던 <필독 교재>.
결코 경륜.이 되지 못하고 앞으로도 될 일이 없을 '추억'의 책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ㅎㅎ


이제는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전설의 레전드. 데이비드 보위가 갑자기 튀어나와
'어! 당신이 왜 여기서 나와?' 싶다가 그의 노래를 또 찾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하며,


요즘 글쓰기 책에 관심이 많은데, 
글은 쓰지 않고 글쓰기 책만 읽고 있는 내 마음을 들킨 기분도 들고,


해외여행도 어렵고, 국내여행도 예전처럼 왁자지껄-하게 누릴 수 없는
이번 여름 휴가는 마키아벨리처럼 보내볼까? 하며 
혼자 흑막스러운 미소를 씨익- 짓기도 했다.


판타지 소설 작가 만이 아니라, 출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에게도 필요한 
마법의 아이템. 
어디 가면 살 수 있으려나, 그걸 살려면 돈을 벌어야지, 돈을 벌려면 회사에 가야지...
하며 씁쓸하게 현타를 맞기도 했다. ㅎㅎ


짧은 카툰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더 읽어볼 책을 탐색하는 사람들에게
피식-, 깔깔- 호기심 번뜩- 하는 순간순간을 안겨주는 재주있는 작가 톰 골드.

결국 궁금해서 구글해봤다. 
역시나 자기 사이트를 가지고 카툰을 올리며 책을 잘 팔고 있다. ㅎㅎㅎ

이번 책이 잘 되면 다음 책도 번역되겠지. ^^ 
그때까지 간간히 방문해서 유럽유머에 적응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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