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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ㅣ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평점 :

책표지부터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그림 속 천문학>이라는 깔끔한 제목과 별자리를 보는 것 같은 폰트와,
어두운 밤 하늘을 수 놓은 별들 속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마치 썸네일처럼 작은 그림으로 수록되어 있다.
'우주', 나 '별'하면 떠오르는 신비로움과
'그림'으로 수렴되는 표현과 상징의 예술을 연결시키는 단단한 실같은 이야기가
천문학을 전공하고 강의했고 현재도 연구하고 있는 저자 김현구님과
역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하고 미술사를 강의하며 관련 변역을 하는 저자 김선지님의
학문적인 지식, 촘촘한 구성력, 그리고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흥미로운 책으로 독자들 앞에 마련되었다.
무려 차례를 소개하는 페이지만 6쪽에 달하고,
도판 목록은 8쪽, 한국어로 번역된 것보다 원서가 4배 이상 많은 참고문헌은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저자의 노력을 무심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독자로서는 그 덕에, 깔끔하게 정리된 목차를 보고 관심있는 부분부터
골라 볼 수 있는 호사를 편히 누릴 수 있다.
마치 광대한 밤 하늘을 수 놓은 별들 중에서,
자신이 아는 '점(=별)' 하나에서 시작해서 그 '점'을 이어가는 다른 점을 찾으며
점점 별자리가 확장되어 가듯이
part 1에서는 '그림 위에 내려앉은 별과 행성'이라는 주제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계 이야기를 바탕으로
쥬피터(제우스)의 목성, 비너스의 금성, 플루토(하데스)의 명왕성,
새턴의 토성, 넵튠(포세이돈)의 해왕성, 우라노스의 천왕성(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
머큐리(수성), 디아나(달), 마르스의 화성, 그리고 아폴로의 태양을
명화, 인문학, 철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다룬다.

익숙한 실마리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옛날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탐구의 대상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과학의 발달로 계속 변화하고 있는 천문학적 발견과 지식으로
인문학에 과학의 색채를 더하고,
역사, 사회, 문화 상황과 같은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현실이 인간의 상상력과 만나
상징적 표현으로 영원히 남은 예술작품과 연계되며
더 큰 상상력의 세계로 탐험해보기를 부추긴다.


그림을 어떤 시각에서 다루느냐에 따라 읽는 방법과 해석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음을
<그림 속 천문학>의 매혹적인 시도로 만끽하며 즐길 수 있다.
part 2에서는 우주를 동경했던 화가들의 천문학적 호기심과 지식이
과학자들이 우주를 연구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여 그것을 설명하려는 노력과
어떻게 닿아있고 어떻게 다르게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지 다루고 있다.
화가들이 수수께끼나 퍼즐처럼 숨겨놓은 그림 속의 단서들은
작품 속에 늘 존재해왔지만 그것을 볼 줄 아는 눈을 만나기 전엔 암흑 속에 있었다.
마치 우주가 품고 있는 사실과 현상들이 그것을 발견하는 인간을 만나기 전까지는
없었던 존재처럼 감추어져 있는 것과 비슷하여
누구보다 먼저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인간의 승부욕과 탐구심,
도전정신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내심을 가질 동기를 부여한다.



해박한 지식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아니 오히려 '와! 여기서 이게 나오다니/연결되다니!' 라며 감탄을 부르도록
350여쪽에 다다르게 엮어내는 저자의 솜씨가 훌륭하다.
천문대에 가서 밤 하늘의 별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