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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평점 :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대화 대신에 SNS가 흥하는 요즘,
무심코 지나치는 말들이 기록으로 남아 다시 한번 살펴보면 흠칫- 놀랄 때가 많다.
영화 제목으로도 있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같은 상황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서는 말 이외의 표정이나 몸짓 같은 표현으로
'말'이 주는 느낌이 풍부해지거나 부드러워지는데
글자로 남은 말들은 맥락에서 떼어놓고 보면 조금 낯설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언어는 생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언어로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생각을 형성하는 것은
나와 남이 주고 받는 말인 경우가 많다.
소위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들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그것이 방송매체나 권위자라면 더더욱-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들었고 납득이 되었기 때문에 그 지위를 갖게 된 점을
<우리를 속이는 말들>의 저자 박홍순을 주목했다.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상식의 이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해서라기 보다
사회 강자나 지배 세력이 자신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된다는 것을
조선 시대의 제도화/형식화된 유교적 이념,
현대 사회의 제도권 교육, 광고와 방송, 언론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개인의 생각이 '다수'라고 착각되는
소수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속지 말자!' 라는 것이다.
사람의 사고와 행위까지 왜곡할 위험성이 큰 말들을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제시한 저자는
통념과 상식이라는 틀과 눈가리개에서 벗어나 의심과 회의적 사고로 생각해보고,
나아가 대안적인 생각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 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인간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심어주는 상식과
세상에 관한 왜곡된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상식의 예를 하나씩 깨뜨리려는 시도는
책의 목차만 보아도 확실히 보인다.



하나도 안 들어 본 말이 없다는 점에서 정신이 번쩍 든다.
몇몇 말들은 예전에 혹은 지금도 여전히 종종 쓰는 말이거나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말이다.
한 문장의 말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방식이나 통용되는 사례를 먼저 제시하고
(그러면서 멋진 그림과 재미있는 사진, 잡지의 표지 등등으로 흥미와 볼거리도 충실하게 갖추었다)
과연 그것이 정말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흐름상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시 그림, 반론에 '권위'를 부여하는 또다른 책,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개념과 사례가 많이 제시되어 있어
논박의 과정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며 읽다가
문득 내가 보낸 오늘 하루, 일주일을 돌아보게 하여 쉽게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관성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까, 하고
떠밀려가듯 흘러가지 말고 잠시 우뚝 서서
낯선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봤던가, 싶다.
일상적으로 쓰는 말, 유행처럼 쓰는 말, 버릇으로 굳어진 말에 속지 않기 위해
가끔 이런 멈춤과 의심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