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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나무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 곁에 묵묵히 서 있어서 그 존재감을 당연히 여겼던,
인간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이곳, 지구에서 살아왔던 '나무'에 대해 새삼 깨닫게 하는
나무가 주인공인 책이다.
우리 인류가 말 그대로 살아 숨쉬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
'숲세권'이니 공원이 근처에 있는 사무실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최첨단의 시대에 초록으로 회귀하고 싶은 욕구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있는 것이
어찌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처럼 움직이거나 재롱을 피우지도 않지만
나무가 없는 삶은, 사실, 상상할 수가 없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 따가운 햇볕을 피해 잠시 쉬어갈 그늘을 마련해주거나
갑자기 내린 비에 흠뻑 젖는 것을 막아주는 잎이 무성한 큰 나무들.
울긋불긋하게 색을 바꾸며 계절감과 시간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나무들.
겨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본연'이란 무엇인가 사유하게 만드는 나무들.
눈에 덮혀 눈꽃을 피워내며 겨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나무들.
밤보다 낮이 길어지고 바람에 훈훈한 기운이 들어오면 기특하게도 앙증맞게도
새순을 돋우워 내며 물기를 머금는 나무들.
나무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도 한 가득이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을 다룬다.
존재만으로 '생명'을 느끼게 만드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를
원예업계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전문 재배인이자 원예가인 케빈 홉스와
힐리어 육종원에서 교육받고 35년째 나무를 키우는 '나무 사랑꾼' 데이비드 웨스트가
글을 쓰고
생생하고 아름다운 세밀화로 '초록'으로 퉁-쳐지는 나무 고유의 매력을 선보이는
티보 에렘의 일러스트로 만나볼 수 있다.

인류의 삶을 바꾼 나무를 100가지나 소개하며
그 나무와 인간이 살아오며 서로의 존재를 엮어 만들어 낸
문명, 무역, 종교, 토착 신앙, 건강, 의료, 문화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충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눈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부터,
그 나무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나무에다가
크리스마스를 다룬 영화에서 열을 지어 죽- 서 있던 크리스마스 나무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나무를 해박한 정보와 함께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의 존재를 오랜 동안 사랑하고, 관찰하고, 연구하며 함께 삶을 살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물처럼 꺼내보이는 작가들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책이다.
책장을 하나씩 넘길 때마다 공원을 슬슬 산책하는 기분을 주는 <나무 이야기>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음료수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으니 딱이다. ^^
이파리가 모두 떨어진 추운 겨울엔 이 책이 어떤 느낌을 줄 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