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도 맛있는 도시락 - 소박하지만 알찬 한 끼 레시피 139
후나하시 리츠코 지음, 박명신 옮김 / 책밥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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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식당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기 어려운 지금.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것도 숙제처럼 느껴진다.

'밥솥의 밥이랑 있는 반찬을 넣으면 그게 도시락이지-'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해 본 사람은 안다. 
매일, 매 끼니를 그저 허기를 면하는 음식으로만 때운다면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밋밋해지는 지,
꾸역꾸역- 밥을 씹으면서 다음 일을 준비하는 내 모습에 얼마나 기운이 빠지는 지를.

학창시절, 도시락 뚜껑을 열기 전 '어떤 반찬이 어떤 모양으로 담겨 있을까?' 두근거렸다.
그렇다고 엄마의 솜씨가 엄청나게 뛰어나서 요즘 SNS에 올라오는 캐릭터 도시락 같은 것을
점심으로 싸주시진 않았지만 ^^; 친구들과 함께 먹기 좋게 잘 담긴 우리집만의 시그니처 반찬과
흰 밥, 잡곡밥 위에 가끔 올려진 암호같은 메세지 ^^를 보며 마음이 사랑으로 벅차 올랐다.

어른이 된 지금, 내가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소박한 한끼의 상차림이나 도시락을
정갈하면서도 맛있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나온 음식들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여도 
재료를 구하고 다듬어서 조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은 레시피들이다.
격식없는 집밥이라는 것이 오히려 식당에서 사 먹는 파스타, 스테이크 등 보다
만들기 번거롭고 맛내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
따라서 카모메 식당의 레시피를 다룬 이 책은 '간단히 뚝딱!' 레시피를 원하는 독자에겐
기대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다.   

저자 후나하시 리츠코는 카모메 식당 도시락의 구성은 
매일 만드는 정식 반찬과 포장용 반찬 중에서 5가지를 골라 담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맛, 신맛, 짠맛과 같은 맛과 식감, 조리방법이 겹치지 않도록 균형을 따져 담은 음식은
준비를 제대로 하여,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아 도시락으로 적격이다. 


'카모메식' 요리를 만들기 위해 개량하고 조미료를 준비할 때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
육수는 처음 우려낸 것만 사용한다거나,
껍질을 벗기고 뿌리, 씨, 꼭지 줄기를 제거하는 야채와 과일이나 껍질 째 사용하는 고구마,
유부를 다듬는 크기, 전자레인지의 출력, 프라이팬의 코팅 성분까지
그야말로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알알이 들어차 있다. 


만들어서 바로 먹지 않는 도시락의 특성은, 
이른 아침에 만들어 저녁까지 가게에 진열하고 판매하는 카모메 식당의 반찬과 닮았다.
맛과 식감이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도 맛있게 먹는 비법'p21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재료의 물기를 빼고, 미리 데치거나 조미료를 넣는 타이밍을 잘 맞추어 간하기, 
샐로드용 야채는 쪄서 사용하기, 밑간을 해둔 재료로 마무리 소스를 많이 얹지 않아도 맛내기같은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음식을 하는 전문가의 팁을 얻어갈 수 있다.

도시락의 주제를 잡아, 독자가 원하고 필요한 도시락을 골라,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멋진 비주얼의 도시락을 펼쳐놓고,
각각의 도시락을 어떻게 만드는 지 조리법과 재료를 소개해두었다.
특히 재료는 '만들기 쉬운 양' 기준으로 정리하고, 전날 준비해야할 것과 보관방법도 알려준다.
냉장고에서 2일 부터 7일까지 보관할 수 있는 메뉴들이 있어
반찬이 한꺼번에 똑-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간단하거나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도시락 반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는 특별한 레시피나 술안주로 응용하면 좋을 것 같은 메뉴도 있어
<야채도 맛있는 도시락>이라는 제목이 오히려 한정적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같은 재료라도 다른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양념을 만들고, 

만능양념 처럼 또다른 요리에도 적용하는 '응용레시피'는 

요리 초보를 벗어 났거나,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있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꼭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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