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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 - 음악과 미술, 문학과 건축을 좇아 유럽 25개 도시로 떠나는 예술 기행
이석원 지음 / 책밥 / 2020년 4월
평점 :

여행을 언제 가볼 수 있을까?
#stay home으로 지구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묶인 요즘,
여행책들을 보면 대리만족과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함께 생긴다.
(솔직히 말하면, 오바같지만, 좀 슬프기도 하다.)
여행책은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사전지식 및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내가 다녀왔던 곳에 대해 그리움과 그 시간에 있었던 나 (혹은 함께 한 사람)에 대한
되새김을 할 수 있게 하는 마법이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빠듯하게 낸 휴가를 하나도 아깝지 않게 보내기 위해 하나라도 놓칠새라
정보를 모으려고 읽는 여행책이 아닌
음악, 미술, 문학, 건축 등 주제가 있는 여행지를 발로 걸으며 얻게 된 느낌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여행'기'가 담긴 <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방 안에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다.
'유럽의 25개 도시로 떠나는 예술기행'이라는 부제에 맞추어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익숙한 나라의 이름도 보이고, 언제 한번 가보려나- 싶은 나라도 있다.
유럽 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들은 영국의 런던, 벨기에의 브뤼셀, 이탈리아의 로마 처럼
잘 알려진 지역 속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보는 경험을 스케줄 안에 넣을 수도,
유럽 여행을 많이 가본 사람들은 '다음 번에는 이곳에 가야지' 하고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골라
행복하게 계획을 짜볼 수도 있겠다.


유럽을 다녀오지 않아서, 약간의 환상같은 것이 있는 나는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보면 '이 사람들은 동화 속에서 사는 기분이겠다' 하는
여행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적인 상상을 한다.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출/퇴근길에 늘 지나치는 건물일 수도 있겠지.-
각각의 지역의 랜드마크를 사진으로 만나보며 (심지어 사진도 굉장히 분위기 있다!)
그곳에 얽힌 셀럽(!)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여행가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올라온다.
두근거리고 들뜨는 마음을 조금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저자의 차분한 말투가 느껴지는 '걷기' 기행 부분이다.

여행 좀 다녀본 지인이 옆에서 함께 걸으며
"여긴 ~인 곳인데 ~로 잘 알려져 있지. 이 모퉁이를 돌면 ~가 보이기도 해. 여긴 말이야~" 하며
자분자분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들어본 미술 작품들이 언급되면 사진이 없더라도 -혹은 빠른 검색으로-
작품을 보면서 '아ㅡ 이 작품엔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군! 그래서 이름이 그랬군!' 하고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
가장 큰 장점은(!) 실제로 여행을 가서 동행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대충 본인은 다 안다는;;-
한다면 말소리 자체에 지칠 때가 올 수 있는데 (그러나 싸움이 날 수도 ㅎㅎㅎ)
이것은 책이니까, 내 취향과 상황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거를 수도 있고
놓치지 않고 나중에 보는 것으로 '킵' 해둘 수도 있다는 점!



정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저 의자에 앉아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
그들의 시야를 살짝 가리면서도 추억과 감동의 조각을 가져가고파 사진을 찍는 사람, ^^
무언가 설명을 하는, 아니면 이제 그만 보고 다음 작품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 같은 사람도
내가 사는 이곳에서도 익숙한 풍경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아트로 모네의 전시가 열렸을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이 미술관을 재현해 놓은 공간에 들어갔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
실제 모네가 살았던 지베르니의 정원을 걸은 뒤 미술관에서 진짜 작품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

묘지를 터부시하는 우리와는 달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유럽의 문화.
어찌보면 유명한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
번잡스런 여행지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산책하며 삶, 생명,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 정서적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유럽 여행을 처음 가는 사람들은 목록에 넣기 어려운 곳이라
책에 소개된 몇몇 묘지들은, 그래서 신기하고 오래도록 읽게 된 부분이다.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가만가만 생각을 다듬을 수 있는 이런 여행. ^^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의 범위를 마구마구 넓혀주는 특별함이 아닐까?

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풍광의 사진들은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마음에 부채질을 더한다.
아.... 여행가고 싶다.
<예술과 함께 유럽의 도시를 걷다>에서 읽은 내용을 함께 떠난 사람에게 슬쩍- 흘려가며 ^^
여기서 소개된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