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강머리 앤.
입 안에서 저 단어를 굴려보기만 해도, 주제곡이 자연스럽게 재생되고
<빨강머리 앤>의 원작 소설의 글씨보다 하얀 자작나무 숲을 씩씩하게 걸어가는 애니메이션의
그 '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면, 아마 당신도 '그' 빨강머리 앤의 팬일 것이다.
TV 애니메이션으로 앤, 알프스의 하이디, 우유를 배달하던 네로를 만나던 세대가 자라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채워줬던 캐릭터들을 기꺼이 사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캐릭터'들을 내세운 기획형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QnA a day' 시리즈는 동일한 질문을 3년, 5년, 10년 동안 똑같이 물어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이 달라지는 것을 기록하며 볼 수 있는 컨셉의 책이다.
이 컨셉이 빨강머리 앤과 만나서 <빨강 머리 앤이 n년 후 나에게> 시리즈를 세상에 내놨다.
3년, 5년, 10년으로. 본인의 취향과 결심(!)에 맞추어 고를 수 있게 한 출판사 :)
덕후의 마음을 알아도 너무 잘 안다. ^^ (덕후의 얄팍한 지갑 사정도 잘 알아주었으면;;;)
3년을 사면서도 5년이 궁금하고, 10년은 엄두에 나지 않지만 구성이 궁금한 다음 독자를 위해
(내가 다른 분의 리뷰에서 도움을 얻었듯) 몇 페이지 공개해본다.
<빨강 머리 앤이 n년 후 나에게> 시리즈는 매력부자 앤 3가지 버전 표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너무 괴로워하시진 않으셔도 될 것 같다.
5년 후의 안쪽에는 차마 놓기 너무 아쉬웠던 '3년 후' 표지의 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1월의 상쾌한 시작을 알리는 에너지 넘치는 앤의 모습.
아마, '5년 후' 앤의 표지를 아쉬움 속에 내려놓으신 분이라면 (3년 후와 마찬가지로)
첫 장의 앤의 모습으로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들 것 같다.

매일매일, 언뜻 보면 사소하지만 바로 답하기에는 꽤 생각을 요구하는 앤의 질문들이
앤의 다양한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3년 후는 쓰는 칸이 3개, 5년 후는 5개, 10년 후는 10개다.
매년, 동일한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하는 내가 달라짐 혹은 비슷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며, 내년의 내 모습과 과거의 내 모습,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겹쳐볼 수 있는
재미있는 발상이 QnA a day 시리즈가 매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일정이나 계획, 감정을 적는 1번 일기장이 있다면
페이지를 펼칠 때 무슨 질문이 나올지 궁금한 2번 일기장으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히 설렌다.
일주일 전 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가물가물한 내가
1년 전 나에게 던져진 질문을 기억할리가 없다. ㅎㅎㅎㅎ
친구를 묻는 질문에 안부를 묻고 싶은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말, 세상은 반짝거리며 낭만적인 것들이 널려 있는데 그걸 너무 모르고 산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 질문을 보고 웃음이 났다.
가장 최근에 받은 전화는 광고성 전화였다.
앞으로 5년 뒤엔, 과연 '전화'라는 것을 받게 될까?
'10년 후' 시리즈를 선택하신 분들은 철지난 질문들을 받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받기 전에 두근거리고, 받고 나면 만족하는 <빨강 머리 앤>이 실린 모든 책들 중에서
앤과 함께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성장 일기'로 삼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3년 후나 5년 후의 속지는 똑같은 것 같다.
10년 후는 어떨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