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 영화를, 고상함 따위 1도 없이 세상을, 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의없다(백재욱)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5월
평점 :

책을 보고 반가웠다.
즐겨 보는 영화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종종 만났던 그 '거의없다'님의 책이구나! ^^
영화를 보러갈 때는 영화 예고편도 긴 것은 피하고,
좋아하는 영화 잡지에서도 '특집'으로 다룬 부분은 영화 보기 전에는 스킵할 정도로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영화관 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유투브 영화채널은 잘 보지 않았다.
그래서 '거의없다'님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책을 읽기 전에는 잘 몰랐었다.
대학에서 법 공부를 하고 고시 공부까지 했지만 결국 '이 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영화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 뒤
'거의없다'로 영화유투브를 시작한 저자는
<영화걸작선>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도 본인은 정말 쓰기 싫지만 출판사의 요청에 억지로 썼다고 한다. 성격 나온다. ㅋ-

인생을 달래주고, 지루함을 없애주고, 볼 수록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를
자기의 시각으로 마련하고 다듬어서 전달하는 그가 '거의없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책과 유투브 전반에 걸쳐 감지되는
-그리고 스스로도 말하는- 삐딱함과 거침없음, 시니컬함까지
출판사도 저자의 '입담'을 살려내기 위해서 표현을 고대로 살려 책을 내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데 '거의없다'님의 목소리가 자동재생되는 착각이 든다. (재밌다!)
총 9장에서 19개에 해당하는 영화가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각 장에서 조금씩 감질나게 카메오처럼 출연하는 영화까지 합하면
왜 저자의 유투브가 인기가 있는지는 바로 알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대사와 상황을 고대로 암기하기까지 몇 번이고 돌려 본
내공과 공력에서 나오는 영화-영화의 연결고리 찾기나, 숨은 의미 찾기는
같은 영화를 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해와 해석의 폭과 양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고,
나의 기억 속에 있는 다른 영화까지 소환해서 훨씬 더 풍부하게 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주제와 소재에 따라 영화들을 엮어 내는 솜씨도 훌륭하지만
GV 진행 및 부국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영화관련 행사 진행을 맡는
전문가이자 관계자(!?)급의 노하우와 배경지식 뿐만 아니라
영화팬이 가지고 있는 영화배우, 감독, 시대별 영화의 감성에 대한 애정과 애잔함까지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책 속 글에서 숨김없이 표현된다.
또한 영화 속에 포함되어 있는 그 시대를 바라보는 가치관, 자본, 산업의 흐름에서
시대와 사회의 담론을 담겨 있음을 배우, 주제, 소품, 미술 등의 영역을 통해 이야기 한다.
댓글로 정치색을 보이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내적 비명을 지를 지언정,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의 모습과 감독/배우/스태프가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상업'영화라는 큰 색깔로 덮어버리고 밋밋하게 만들지 말자고 한다.
완전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걸작선>으로 망한 영화를 리뷰할 정도로
영화 좀 볼 줄 알고 취향과 근성이 확실히 있는 동네 친구랑
각자 먹을 것을 옆에 끼고 앉아서 영화를 보며 이러니- 저러니- 자기 의견을 얘기하기도 하고
서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며 침 튀기며 내 영화를 옹호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 사람은 그 영화를 저렇게 봤구나- 하고 새삼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무한한 매력을 새삼 느끼며
이 책에서 소개된 영화들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 확률도 상당히 높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늘 보던 영화 속에서 새로움을 찾기도 하고
영화 속 인물의 상황과 마음에 나를 대입하여 함께 위로받고 성장하기도 하며
힘들었던 하루의 끝에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2시간 동안 현실도피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랑하는 영화들.
코로나19로 영화관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고,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새 영화들이 극장에 선 보이게 될 때, 영화를 보고 나서 '거의없다'유투브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이 사람은 그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궁금해지는 랜선친구 하나가 더 생긴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