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면서 마음부터 챙겨보게 - 영험한 달리 라마에게 배우는 인생 수업
스티븐 모리슨 지음, 김문주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건초더미 위에 앉아서 세상 무심한 얼굴로 건초를 씹는 라마.

이 라마는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 '영험한 달리 라마' 이다.


달리 라마는 지각 있는 포유류로서 행복을 바라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는

다른 포유류에게 '명추'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명추란 명상과 반추의 합성어로, 되새김질하면서 보이는 모든 행동들을 말한다.


왠 되새김질? ㅎㅎㅎ 나는 소가 아닌데!! 하다가,

번쩍- 하고 깨달았다.

나의 고뇌, 짜증, 분노, 우울, 회한, 좌절, 두려움의 시작은 

그 행위가 일어난 순간을 내 머리와 마음 속에서 계속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욕심과 집착에 허우적거렸기 때문이란걸.


달리 라마가 들려주는 고대의 진리와 수행은 U교이다.

라마 카르마는 U교의 지혜에서 비롯된 신중한 에너지와 사고, 행동, 그리고 얼굴표정.

U교의 지혜는 4가지 건초경에서 찾을 수 있다. 는 저자 스티븐 모리슨의 글을

여기까지 읽으면 이게 무슨 착실하게 쌓아올리는 농담같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킥킥 거리면서도 밑줄을 긋게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촌철살인 같은 글과

이해하기 쉬운 비유, 그리고 진짜 달라이 라마의 금같은 격언 덕분이다.



우리는 가끔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을 살아가며 만난다.

마음으로 머리로 용납이 안되는 것들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납득하기 위해

'의미'를 찾게 되는데, -진짜- 달라이 라마의 이 말씀은 마음에 화살처럼 꽂혔다.


나를 사건/상황의 피해자로만 생각하지 않고 이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를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그래야 앞으로 내 앞에 놓여진 삶을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나갈 수 있다.



이렇게 멋진 말들이 중간중간 나오지만 이 책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우화같은 이야기다.




자비와 수행, 희망과 미래 그리고 진리를 깨닫는 삶에 대해서

달리 라마는 '라마 카르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불교의 경전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중간중간 등판되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살짝 패러디한 인물과,

내 주변의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라마들의 모습이

어려운 경전의 이야기를 훨씬 더 친밀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제1세계에 사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인물이나 우화, 종교 및 문화적 코드가 종종 등장하지만

친절하게도 책 아래에 각주로 설명을 넣어놓았으니 찾아보며 읽으면 

이 책의 유머러스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라는 책 제목에 걸맞게 글씨는 많지 않다.

바쁜 아침에 이 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점심을 먹고 디저트럼 한 쪽씩 읽으니 매우 좋았다.

노곤 노곤해진 마음과 이미 지쳐서 얼른 집에나 가고 싶은 정신에 

시원한 바람같은 웃음과 온화함을 불어 넣어주고, 오후까지 버틸 에너지를 주었다.




웃기는 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U교에 관련한 지혜를 설파하는 책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페이지도 '필사하기' 리스트에 추가될 만큼 멋지다.



때로 내 맘대로 되지 않은 세상/사람/직장/관계/내 자신에게

이거저거 다 필요없을 때의 잠언같은 아래의 말이, 오늘의 픽! 이다. ㅎㅎㅎ



일터의 내 책상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보라색 책. 

졸린 듯 반쯤 눈을 감고 건초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달리 라마의 건초경을

웅얼웅얼 함께 읊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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