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과 저자 소개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체력이 없어서 체력이 더 안좋아지는 저질체력 도돌이표 극복기"
체력이 없어서 너무 피곤해지는 몸을 퇴근하면 바로 눕히고,
'잠'은 피곤을 잠시나마 보정해줄 뿐, 체력을 보강해주는 것이 아니어서
다음 날은 어제의 피로를 부채처럼 일부 껴안고
다시 출근 -> 피곤 -> 실신하듯 잠
이렇게 저체력의 악순환을 성실하게 돌았다.
상사들의 책상에
알록달록, 때로는 외국어도 붙어있는 영양제 병들이 늘어갈 때
"뭘 저렇게까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예전의 나를 질책하며
소위 '공구'에 참여하여 간식 수준으로 영양제들을 조제하여
입에 털어넣어도 체력은 쉬이 생기지 않았다.
운동을 해야 체력이 생긴다고 하는데,
운동을 하러 가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퇴근길의 대중 교통에서 급정거에 마구잡이로 휘둘리는데,
운동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황보름씨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타고난 성정은 아니었다.
텍스트형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세상을 글로 배우고 글로 먼저 살핀다고 하는 작가는
혼자서 김치 냉장고에서 김치통 하나를 못 꺼내는 저질 체력을 극복하기 위해 '킥복싱'을 선택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이것이 정녕, 근본 없는 몸부림일지라도
2장. 그래도, 안 되던 게 되고 있잖아요
3장. 아무래도, 운동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4장. 터프해질 때까지, 계속 해보겠습니다.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운동을 시작하는 초보가 어려움을 겪고
포기의 위기를 지나 운동과 운동을 하며 건강해지는 '나'를 사랑하고,
운동이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 길이 뚜렷하게 눈에 보인다.
더불어 그에 행복하고 뿌듯해하는 저자의 모습도.
처음 킥복싱을 선택하고 최대한 빨리 체력을 올리고 싶어
호기로운 -그리고 성급한- 마음에 주 5일 결제를 하려는 작가에게
주 3일 결제를 권한 코치님의 앞을 내다보는 '코치' :)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킥복싱을 시작하러 체육관에 발을 디딘 두근두근함과
하나씩 동작을 익혀가며 자신감이 솟아오르다가,
다음 단계/혹은 움직임이나 운동에 진입하며 삐걱대고,
토할 것 같은 자기 모습에 한심해하는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겪었을 그 과정이 떠오른다.
'체력'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렸지만
그 동안의 삶의 방식, 몸, 그리고 사회에서 이상적으로 강요하는 '날씬함'에 대해 가져왔던 불만과 괴로움, 어려움과 좌절감, 뭘 해도 만족스럽지 못함 등이 몸과 마음, 정신을 더욱 힘들게 했다.
나를 인정하고 만족시키는 기준을 밖에서 가져오다보니,
당연하게도 항상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생각과 느낌을
'지금 여기'로 붙들어 놓는 마법같은 '운동'때문에
나의 생각을 담는 나의 몸의 의미와
건강해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는데
작가님이 생활 속의 스트레스, 어려움으로 인한 흔들림을
'근육의 힘'으로 거뜬히 일어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
공감이 가고 '뭔지 알지' 상태가 되었을 때 책을 읽으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