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는 '생활감'이 묻어나는 글에 특히 더 눈이 가는데,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과 나만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주제여서 그런가 싶다.
글을 읽으며 너무 과하게 자라고 있는 자의식의 발이 땅을 딛고
경마장 말처럼 좁아진 시야로, 누구 좋으라고 이 트랙을 뛰나- 하는 덧없는 생각이나
한 것 없이 나이만 차곡차곡 먹어가는 초조함과 허탈함도 누그러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고만고만한 요철 위에서 아프게 춤을 추고
나의 '찻잔 속 태풍' 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휘말리고 있을 때
'어른'이니까 어른 '답게' 살자, 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혼자 고민하지 말자는 얘기를
저자는 자기의 삶을 소탈하게 -혹은 작가의 말대로- 브이로그처럼 보여주며 한다.

매 해가 새로운 시작이고
(한 해를 보내고 또 맞이하는, 반복되는 그 요란스러운 행사들을 생각해보라!)
학교 다닐 때처럼 1학년이 2학년 되는 성장과 '코스완료'가
어른의 세계에서는 딱히 없지만
사실 우리는 매 해 새로운 과제와 과목 앞에서
선배의 족보를 흘끗거리고, 도서관의 관련 도서와 논문을 뒤적이며
채점자를 만족시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답을 찾는 학생과 별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다만, 어른이라는 것은 만족시킬 채점자가 '외부의 눈' '세상의 잣대' '직장 상사'에서
'나'라는 사람으로 무게 이동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해가는 사람이다.

작가는 '특출난 줄 알았던 나'에서 '별다를 것 없는 나'를
평화롭게 받아들이게 되는 일, 생활, 취향, 사랑의 과정들을
'미리 보기'와 '다시 보기'처럼 책에 풀어두었다.
처음엔 '썸네일'에 해당될 각 챕터의 제목들을 읽고
강하게 어필하는 매력적인 에피소드들을 골라, 독서를 시작했다.
(역시, 플래터/모둠/세트메뉴가 손님을 유혹하는데에는 최적이다.)
작가의 글자를 읽는 것인지 오디오북을 듣는 것인지 헷갈리는 찰진 필력을 즐기며
'나도 이랬었어', '어? 이거 좋은데?' , '와- 대박!' 으로 감탄하며 즐겁게 읽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살림을 하며,
'나 다움'을 찾고 갈고 닦기 위해 취향을 넓히고
반짝거림과 생동감을 유지하기 위해 누구와 어떠한 형태로든 사랑을 하는
우리 어른들.
다른 사람들의 "잘 지내?" "별일 없어?" "좋은 소식 없어?" 에
자기가 가진 '별' 다른 '좋은 소식'을 '잘' 전할 수 있게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