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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 - 1등을 만드는 작은 관심의 차이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망고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개학이 미뤄지긴 했지만, 그래도 신학기다.
새로운 각오와 마음으로 새출발을 해줬으면 좋겠는 마음에,
여기저기에서 물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나름 빵빵한 라인업과 버거운 스케쥴로
방학에 특강, 학원, 과외 등등의 사교육의 기운을 듬뿍 불어넣어주는 것이
부모가 아닐까?
대부분, 한 명의 자녀만 두고 두 명의 부모라는 어른이 인생 '성공'의
절반이 넘는 포션만큼을 아이의 '성공'과 동일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거쳐왔고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모르는 '교육'은,
탄탄한 자본, 권력,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누리는 '성공'으로 가는
그나마 가능성있는 영역.
그래서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사실 우리나라는 '태교'의 시기도 있다. 맙소사...)
'교육'은 한 가정의 얼티밋 태스크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여기서의 '성공'과 '교육'은 동음이의어이다.
아이의 성공과 교육의 성공은 바로 입시의 성공을 의미하고,
입시의 성공은 sky의 최정점에 서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소수의 몇 명만이 성공의 자리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는 아쉽지만
-혹은 더 노오력!을 했었어야지 하고 책망하며-
그저 솜사탕처럼 돈을 빨래해버린 어리둥절한 상태로 남은 너구리가 될 수 밖에.
이런 희망고문이 자행되면서 한 때 이런 말도 돌았었다.
아이의 성공의 3요인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
정말일까?
과연 이대로 맞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바짓바람 아빠들이 온다>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아빠가 나가서 돈 벌기도 바쁘고,
말 그대로 전쟁터같은 직장에서 생존하는 것에도 힘든데
자녀들의 '교육'까지 아빠인 내가 신경을 써야하는가?
아빠인 내가 좀 더 잘났으면, 좀 더 돈이 많거나 좀 더 떵떵거리는 사람이었으면
우리 아이의 생기부와 자소서를 빵빵하게 만들어주고
대학도 쉽게 붙여줄 수 있을텐데. 하며 자괴감과 죄책감이 들다가도,
버럭- 화가 치밀며 교육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한 부인이나
뼈골 빠지게 돈을 쏟아부어줘도 성적을 원만큼 올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책의 처음은 상당히 도덕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말이 맞다.
진짜 성공이 '대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어른 세대는
다시 정신을 차려보자는 말이다.
남자 아이이든, 여자 아이이든, 부모가 줄 수 있는 '아빠 효과'와 '엄마 효과'는 있다.
이 효과 중 한 쪽의 역할만이 비대하게 쏠려버리면
과부하가 생기고 그러면 꼭 탈이 난다.
부모가 파트너가 되어,
자기의 분야에 기운을 쏟거나 역할 분담을 하거나 교대를 하면서
초등6년 중등 6년, 도합 12년의 제도권 교육 시기 뿐 아니라
나의 아이가 태어나서 법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20년의 기간동안
어른으로서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을 함께 해주어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임을
'입시'라는 큰 벽에 가로막혀 보지 못하고,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목차만 쭉- 훑어 봐도 느껴지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함께'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 뿐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표를 가진 팀으로서
오랜 시간 유지해야 하는
'자발적' '믿음' '평범하지만 비범한' '행복' '지지와 응원' '규칙' '조심' '철학'.
이 실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고민의 단계까지 오랜 기간 유지하며
혼자의 생각이나 경험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꽉- 막혀 있지 않기를 스스로 조심하는
아빠들의 고군분투, 업무과정, 그리고 그 성과 나눔이 소개되어 있다.



만약 이 책에서 딱 한 꼭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p202-p.212 부분을 고르겠다.
4장 내 아이가 저절로 공부하게 만드는 아빠의 교육철학 중
<아빠 교육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다.
자녀의 교육을 엄마의 책임, 자식의 도리로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사고의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
아빠가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정보를 물어오고 학원을 보내거나 셔틀로 기능하고,
문제집을 검사하고 책을 사다주는 것이 아니다.
그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빠가 교육에 참여하려면 우선 자기의 자녀를 알아야 한다.
내 자녀를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녀가 가진 장점을 살려준다는 마음으로
교육의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
아이에게 자신의 꿈이나 소원을 투영하지 말고, '돈값'을 하라고 닥달하지 않고
아이가 실제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 참관수업도 가보고, 운영에도 참여하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직장인들이라면 등굣길이라도 함께 해보려는 노력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와 느낌으로 전해지는지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아빠들이 학교와 학원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막연히 불신했던 공교육이나 '그렇게까지 해야해?'하고 배척했던 사교육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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