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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리커버 에디션) -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
정주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똑똑한 수재들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하버드.
그 하버드에서도 상위 1%는 도대체 어떤 능력, 아니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걸까?
학부모나 교육, 자기계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끌렸을 것이다.
그 영재들의 비밀을 알아내어
나는 좀 늦었어도 내 자식만큼은 sky 정도는 보내고 싶다!
공부방법,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영재로 만드는 방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쳤다면,
아마 동공지진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교육자나 부모의 그런 잘못된 '신호'가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성공과 꿈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정주영은 10억분의 1의 성공을 만드는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근사한 네이밍을
아래와 같이 설명해 두었다.
잘못된 신호를 차단하고,
깊은 이해 혹은 몰입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사용하는 것.
그 스스로도 난독증으로 한때 삶을 포기하려고 했었던 아픈 과거가 있었고,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
인사이트의 발견으로 삶과 가치관이 바뀌게 되고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 뿐 아니라 스스로의 성취도 이뤘다는 것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득하고 망설이는 독자들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있다.


책의 시작부터, 우리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혹은 그로 인해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평균의 오류와 그것을 그럴싸하게 보이게 만드는 수식, 그래프, 시스템, 교육과정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 사람들이 조명을 받지 못하고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스스로의 한계를 짓는지
'매끄러운 성공 곡선의 거짓말'을 활용하여 알려준다.

하버드 학자라는 '권위' 있는 지식인의 역할이 필요하긴 하였으나 ^^;
똑같은 하버드 학자의 '신호'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두 학생의 케이스를 비교하여
가난 같은 사회환경적 조건이나, 유전자나 지능같은 생물학적 조건을 뛰어넘는
'신호'를 받아들이거나 차단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그 사람의 가능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끝까지 발휘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열쇠 1이다.

열쇠2는 깊은 이해이다.
미국에서 중간 정도의 대학으로 평가받는 남일리노이 주립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버드대 학생처럼 사고하는 법을 가르친 교육학자가 있다.
일종의 실험이었던 이 시도는, 인위적인 실험공간이 아닌 학교에서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남일리노이 주립대학 학생들은 자기들이 뛰어난 학문적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험의 진행자이자 교육학자인 론다 레더스 디블리는 학생들의 '끝점'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즉, 십 여 개에 달하는 과학 분야에서 선정한 백여 가지 서로 다른 사례를 훑는 것보다
한 분야를 깊게 탐구함으로써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익히도록 한 것이다.
긴 한 학기 동안, 단 하나의 주제에, 단 하나의 논문식 과제를 맡긴 것도 포인트이지만,
교수는 한 학기 동안 각자의 주제에 관해 관찰일지를 쓰도록 하며 자신의 기준을 밝혔다.
1. 확인한 출처의 교수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2. 출처의 내용에 본인은 동의하는가?
3. 그렇다면 출처의 내용의 일관성은 어떤가?
간단한 세 가지의 질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하면서,
수동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의 교수들 논문을 베끼던 학생들에게서 변화가 일어난다.
학생들은 한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록 더 많은 연구 자료를 찾게 되고,
그 주제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의심->확신->판단->채택->이해의 과정을
능동적으로 내면화하기 시작했다.
그 성과는 놀라웠다.
다른 권위자들, 그리고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의견을 겸손하게 따르지 않게 되고,
오히려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나서게 되었다.
한 분야에 대한 끝점이 길어질 수록, 즉 몰입과 깊은 이해가 가능할 수록 발전과 성취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남 탓, 환경탓, 재능탓, 노력탓, 의지탓...
탓을 하다보면 끝이 없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만들어서 그 안에 머물며 나쁜 신호를 재생산하고
그 재생산으로 바쁜 나머지, 정작 무언가를 오래도록 깊숙하게 파고들 열정과 의지를 깎아 먹는다.
노력이 곧바로 성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세워놓은 시간표와 기준을 빠르고 정확하게 충족시켜야 한다는
잘못되고 나쁜 신호를 차단하며, 몰입과 깊은 이해의 시간을 나에게 또 남에게 허용해야겠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