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한 살 더 나이가 들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지구의 자전과 공전 덕분에 다같이 일 년이란 숫자를 더했다.
하지만 서류상의 나이가 생물학적(신체적)나이와 사회학적 나이를 규정짓지는 않는다.
100세 시대가 어느덧 공포스럽게 다가온다면,
내 부모는 오래 사셨으면 좋겠지만, 나는 너무 오래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암묵적으로 '노화'나 '나이듦'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예 틀린 말이 아니다.
20대와 30대의 젊고 (그 때도 힘들었겠지만) 회복이 빠르던 육체는
오래 사용한 것은 그렇듯, 예전같지 않게 낡고 반짝임을 조금씩 잃어간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앉고 걷는 사소한 행동조차도
"으쌰-" 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거나 (주위 사람이 알려줘야 알아차린다...)
책을 펼쳤을 때, 깨알같이 쏟아지는 작은 글자들이나 휴대폰의 글자가 퍼져보이고
방금 들었던 숫자가 외워지지 않거나 당혹스럽게도 식구들의 휴대폰 번호를 버벅이게 되면
아직 젊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도 '아... 나도 이제...'를 조용히 되새기게 된다.

이렇게 노년이 되어가는 과정의 심리와 신체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해온
일본 최고의 심리학자 사토 신이치가 '풍요로운 인생 후반을 위한 마음공부'라는 주제로 쓴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이 소개되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장수국가 일본에서의 사례가
지금의 우리와 시간 차를 두고 겹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살아가며 과업처럼 치르는 '생애사건' 중에서도 인생의 후반부에 있는 노년의 삶.
내 스스로 신체와 정신, 감정의 쇠락함을 느끼는 '안으로부터의 노성 자각'과
다른 사람, 사회로부터 노인 취급을 받으며 느끼는 '밖으로부터의 노성 자각'.
그리고 자신의 몸, 인간관계, 사회적 지위,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자기의 통제력이
서서히 줄어들거나 아예 작용하지 않는 상태로의 자기 축소가 일어나는 그 시기가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진지하게 살펴보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막연한 생각이나, 어디선가 읽고 들었던 노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의 모습과 노년의 나의 모습을 중첩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니
노후준비가 마냥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 관리 혹은 불리기, 정도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건강, 금전, 인간관계, 지성 및 심신의 상실을 겪을수 밖에 없는 노년의 시기를
부정하거나, 극복하려고 무리하게 애를 쓰거나, 대책없이 받아들이기 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생애 사건에 대해 물리적이고 심리적으로 대비를 해 두는 것이
금전적인 대비보다 오히려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마음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유지해야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살까?
이 책의 전반에 걸친 질문과 그에 대한 작가의 제안은 총 4부에 걸쳐 제시된다.
1부 : 60대 - 진정한 나를 찾고 실천하는 시기
2부 : 70대 -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세대 전승을 생각하는 시기
3부 : 80대 - 상실을 넘어 새로운 미래 비전을 품는 시기
4부 : 90대 -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며 내적 생활권을 심화하는 시기

각 부에 소개된 생애사건도 1부에서는 6건이지만, 2부와 3부는 4건, 4부는 3건이다.
줄어드는 생애사건을 보는 것이 인생의 후반, 죽음, 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한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이나 지역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삶을 지속하고
아픔, 질병, 노화, 부모의 죽음 등 생물학적인 한계를 몸소 겪게 되는 60대를 다룬 1부는
그래서 조금 더 찬찬히 읽게 되었다.
현재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고, 곧 나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약해지고 의존적이 되면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이유가
더욱 이해가 되었고, 아직 내가 그것을 케어하고 감당하며 의지가 되는 나이임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오겠지- 가 금방 다가온다는 것을 일년을 보내고 새로운 일년을 맞이하는
이맘때 더 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구체적인 새해 결심을 하게 만든 책이다.
연습문제를 많이 풀어 두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고난과 슬픔을 훌훌 털고 넘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노년심리학자이자, 자신도 노년기를 맞이할 작가의 말에
그 길을 따라 걸어가게 될 독자로서 위로를 얻고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