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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나누는 예술과 삶에 대한 뒷담화
이경남 지음 / 북스고 / 2019년 12월
평점 :

예술에 관한 책이라면,
특히 그림이 실려 있고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책이라면
꼭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다.
지금은 하나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닿은 그림에 얽힌 작가와 시대의 생생한 뒷담화를
그림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화가 이경남이
<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라는 책으로 엮어 내었다.
책머리에
"감상한다는 것은 삶에 들어가는 것이며
삶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들의 삶을 공감하는 것이며
공감하는 시간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라는 자신의 생각을 제일 먼저 소개할 만큼,
작가 이경남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걸작, 작품에 대한 경이로움이 아닌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바탕으로 예술을 소개한다.
예술가들도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라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누구나 그러하듯, (운이 좋아 그 시대에 명성을 얻게 된다면) 왕성하게 활동하다가도
늙고, 병들고, 나약하고 잊혀지는 존재였으며
예술을 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을 뻔뻔하게 자행하기도 한, 단편적으로는 정상적이지 않은,
그러나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미적 탐구에 오롯이 빠져있던 순간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붙들어 '작품'으로 남겨놓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13개의 삶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유명한 그림과 화가를 매끈한 종이로 만나는 즐거움이 가장 크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나, 유명한 작가의 숨겨진 일화 -혹은 심경- 가 주는
신선함과 재미는 하고많은 예술관련 책 중에서 이 책을 골라 읽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한다.


여러 작품이 함께 어깨를 걸고 있는 미술관을 걷다가
평소 좋아하던 작품을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딱 마주쳤을 때의 기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목록에 없어 책에서 볼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얼마 전 영화로도 만난 고흐의 '그' 들판.
바람에 쉴새없이 몸을 맡기고 흔들리던 수레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그 들판이
피카소의 일곱 번째 여인이자 두 번째로 피카소의 성을 사용한 아내이며
화가의 마지막 뮤즈인 자클린 피카소의 에피소드에 나올 줄이야!

각 화가의 유명한 작품은 물론이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들까지 실려있어
화가의 시작과 성장, 변화의 지점을 알 수 있는 점도 무척 흥미롭다.
금색과 관능적인 여인, 퇴폐미로 유명한 클림트가 아래와 같은 초상을 그렸다니...
정신적인 사랑 에밀리 플뢰게의 다른 유명한 초상 -바로 다음 페이지에 실려있다.
푸른 드레스를 입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사람들을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을 던지는
그 초상화- 과는 다른 기분, 느낌을 전해준다.

어제의 화가가 오늘의 화가의 손을 잡고 우리 앞으로 나와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드라마로 보여주는 책.
<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미술관에 가지 않고서도, 작품을 보며 오디오북을 듣는 것 같은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만큼 보인다는 작가의 말을
조금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러나 여전히 모르면, 모른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