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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평점 :

섣불리 이 책을 열면 안될 것이다.
<참 좋았다, 그-치>라는 진한 제목 뒤에 표지의 아스라한 노을 속에 숨어있는 글귀를
주의해서 보지 않는다면, '출퇴근길에 가볍게 봐야지!' 했다가 분명 눈물이 차오를테니...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사랑이 찬란하고 가슴 뛰고 예쁜 만큼,
사랑이 끝난 자리는 폐허같다고 했던가.
그만큼 나의 가장 바닥까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사랑의 새드 엔딩 이별 기간이다.
이지은 작가의 감성 넘치는 글에,
언제고 나와 그 사람의 모습이 저랬던 것 같은, (그래서 그림 보면 더 눈물 난다...)
이이영님의 그림이 사랑의 모든 순간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노력으로 극복 불가능한 자연재해.
병, 나이 듦, 그리고 오래 머물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겁내는 이지은 작가는
반짝였다가 사그라든 사랑의 모습을 참,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단어로 읊조린다.
오히려 멋부리듯 이런 저런 말들을 끌어왔으면 그 여파가 오래가지 않았을 텐데
<참 좋았다 그-치> 를 읽고나서 생활 속에 마구잡이로 만나는 평범한 단어들에
오래오래 마음과 생각이 머무르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하며 들렀을 법한 장소들 하며,별 것 아니지만 소소하게 생활을 채웠던 일상적 공간이나 시간의 모습들을
스냅샷 처럼 보고 있자면
이젠 혼자 그 장소와 그 시간에 있는 나의 모습이 의식되고
그 사람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젠장 ㅠㅠㅠㅠ....)
꾸밈도 없다.
글밥이 많지 않다.
입 안에 넣고 굴려보면 담백하지만 조금 씁쓸한 맛도 나는 듯한 글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여기서 더 감성적이었으면
정말 못 참고 주룩- 눈물이 주책없이 가을비 처럼 흘러내렸을지도 모르니까.
잘 끝나지 않았다고 사랑이 아니었던 게 아니다.
잊혀지고 잊어간다도 없었던 사랑이 아니다.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동안, 그 사람을 만나 함께 머물렀던 시간은
벌도 아니고 상도 아닌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