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때론 남들도 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선언하기도 하는 말이
이 책의 제목이다.
<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이런 익숙한 말에 스멀스멀,
다짐을 무색하게 만든 나와의 타협 과정이 떠오른다.
심지어 타협으로 결정하기까지 하나 둘 거론한 근거는
얼마나 논리적으로 보이는지.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라고 그랬던가.
그러나, 정말 이렇게 살다보면 몸이든 마음이든
무덤이 머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들 때
저자 전지영은 자신의 선언 혹은 다짐을 실천한다.
1970년생.
대학을 졸업하고
항공사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년만에 퇴사하고
디자인 전공을 살려 편집 디자이너가 되어
월간지와 단행본을 발행하는 출판사에서 근무한 사람.
남들은 부러워할 만한 직종을 골라가며 거친 저자는 그러나,
제대로 씻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고
'마감'에 치여 사는 근무환경에 문제를 느끼지도 못하고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몸을 귀하게 모시는 버릇을 갖게 된다.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고,
밥 대신 샌드위치나 피자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그것도 어려우면 배달음식으로
마감 기간을 연명하며 며칠 밤을 새우다
회사의 조직개편으로 프리랜서가 되어서도
여전히 올라오지 않는 체력 때문에
늦잠을 자고, 몸을 움직이는 모든 활동이 귀찮고,
운동할 시간에 먹고 자며 쉬거나
단지 따뜻한 휴양지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던 사람.
읽으면서 너무너무너무 공감이 되었다.
저질 체력 - 면역력 저하 - 잦은 잔병치레 - 몸을 위한다며 누워서 쉬기 - 저질 체력의 무한루트를 돌고 있으며,
미래의 HP를 살뜰히 땡겨쓰고 있구나 싶었다.
게다가 요가를 시작하고
인생의 새로운 국면으로 바로 진입하지 않은/못한(?) 저자가
바닷마을의 요가강사로 지금을 온전히 살아가게 된 이유가
정말이지 궁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