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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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마구 쓰고 있는 용어 '4차 산업혁명'

매일 새롭게 쏟아져나오는 기술발전에 관한 뉴스를 꼼꼼히 읽을 시간도 없고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전문적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이

압도적인 파도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곳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지식은 이미 수용량을 넘어섰고

매일 공급되는 지식을 접하고 처리하는 속도는 현격하게 떨어져가지만

그래도 뭔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깊이 생각하지 않는 상태로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별하는 것조차 힘겨워진 지금

<지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는 그 대안으로 통찰력을 제시한다.



말랑말랑한 책을 읽다가 거의 500쪽에 달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 교육, 인공지능을 망라하는 이공계 전문가의

사고와 통찰, 원리에 관한 의견을 읽고 있으니 머리에 쥐가 살짝 났다.



하지만 중국과학기술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미국 콜로라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전문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 완웨이강의 간학문적인 유연한 사고와

무서운 기세로 빨아들이는 지적인 호기심, 날카로운 통찰력

그리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동양적인 사상과 정서가 녹아있는 태도는

마냥 서양 철학자들의 세계관과 분석/논리를 읽을 때보다 공감이 쉬웠고

같은 동양이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중국 특유의 문화 DNA는

또한 이질적이고 새로운 기세를 띄고 있어 흥미로웠다.


저자는 복잡해지는 세상, 인간을 서서히 대신하고 있는 인공지능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어진 물질적인 풍요와 대비되어 

사회 전체적인 계층화 현상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상과 관념, 문화의 영역까지 뻗어가고 있는 3가지 상태를

지식에 대한 도전으로 정의내리고 책을 연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로

테틀록의 '여우-고슴도치' 사고방식 중 여우형을 꼽는다.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데 능함

-자신의 결정에 대한 신뢰도가 고슴도치보다 현저히 낮음

-자신의 예측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데 적극적임

-특정 영역에 대해 전문적이지 않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문제를 쉽게 이해함

-갈등이 불거졌을 때, 당사자 간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음

-일하는 도중에 명확한 규정과 질서를 결코 추구하지 않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기꺼이 친분을 맺음

-정답이 여러 개인 문제를 선호함

-다양한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함

-결단을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재검토함


즉 복잡성을 수용할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태도를 강조하고

그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인성교육을 주장한다.

중국의 교육가들이 강조하는 예술적 소양이나 '고급'적 취향, 도덕성이 아니라

삶을 살아나가며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배우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본질이며 그래서 인성교육은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견해다.


사실과 정보를 지혜와 식견으로 전환하고

눈 앞의 현상을 꿰뚫어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며

과학적 사고법으로 세계관을 수정해나가는 힘,

그것이 바로 지혜라는 작가의 말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숨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에 지쳐

판단과 사고력을 전문가집단이나 남에게 맡기며

그저 주어진 일에 (혹은 생활에) 몰두하고 근근히 살아가는 현대인이

고대의 '노예'와 다를 것 없다는 자각의 채찍을 아프게 휘두른다.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점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다스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결정하는 권리를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기지 못한다.

단순함은 편하고 쉽지만 복잡성을 갖춘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 복잡성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능력은

늘 그래왔듯, 죽도록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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