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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평점 :

언뜻 보아 몽환적인 표지와 동화같은 책 제목으로 인해
이 책의 정체성(?)을 잘 못 잡을 수도 있겠다. ^^
이 책은 1968년에 태어나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교총이 발행하는 <한국교육신문> 에서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낙진 작가의 에세이다.
(정작 본인은 몇 권의 책을 냈지만 에세이집에서 내세울 이력은 아니란다.)
교육칼럼집을 준비하다, 화분받침에서 겨우 건져낸 <선원속보>를 보고
'소신에 대한 소신'이라는 멋진 이름의 칼럼집을 출판하는 대신 선택된,
<달나라로 간 소신>으로 엮어낸 "알고 보면 소중한 일상 혹은 히스토리"로
작가 자신과 작가의 가족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소사이다.
책은 moderato, ritardando, a tempo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출판되기까지의 우여곡절(?) 혹은 시간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여
각 장의 앞부분은 2007년 가을, 뒷부분은 2018년 봄에 작성되었다.
에세이집이라기에는 작가의 내밀한 사생활을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담아 일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챕터별 주제에 맞게 일상과 생각, 깊은 사유의 변천을 볼 때는
역시 에세이집이 맞구나, 하는 감상에 빠진다.

일상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향유하는 작가의 시선을 알 수 있는
일기와 에세이집의 미덕을 십분 살린 <달나라로 간 소신>은
작가와 독자가 함께 겪는 비슷한 시간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즉,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책에 나온 대통령, 정치인, 사회적 변화, 예술, 문화, 교육 등의
사회 전반에 걸친 사건/상황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에
독자의 각주처럼 자신의 생각과 견해, 느낌을 붙여넣을 수 있어
읽기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마치, 동네에서 문을 열어놓고 장사하시는, 말하기 좋아하는 아저씨 사장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하고 불쑥 일어나거나
"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흥미롭네요"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기분을
책을 읽으며 종종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68년생인 작가가 태어나고 자라난 시`공간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로 보았음직한 익숙함과 낯설음이 공존하여
때로는 신기했고 가끔은 '아재'같기도 했다. ^^
그 무엇보다 작가도 밝혔듯
이 책을 관류하는 정서적. 의지적 포인트는 가족이다.
두 딸과 교사인 아내와 함께 사는 그가 애초에 자신이 쓰려고 하던 책을
"과연 두 딸들이 읽어줄까?" 하며 컨셉을 선회한 결과인 이 책은
작가와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 그 가족의 일상이 곧 히스토리가 됨을
깨우치고, 자세하게 떠올리게 만들고, 소중하게 여기도록 한다.
특히, 작가의 직장이나 아내의 직장이 학교와 연관되다 보니
교육에 대한 부모의 신념/철학이나 그의 실천 같은 부분이
책 전반에 걸쳐 꽤나 구체적 소개(?)되어 있어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한 해의 중간이 지나갈 즈음에 만난 <달나라로 간 소신>은
이전 6개월의 나의 삶이 어땠는지 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6개월은 어떤 역사로 만들고 싶은지 물어보게 하는 책이다.
어렵거나 억지로 포인트를 만들지 않고
내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는 가족/사람들과 함께
나의 소신이 어디 즈음에서 자라나고 혹은 머물러 있는지
더듬어 보기에 좋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