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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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쁘다. 표지의 사진도 예쁘고 글씨체도 감성적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스물 셋" 이라는 나이가 싱그럽고 (부러운 것은 물론이고)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라는 문구가 자유롭다.


심지어 원룸이아니다. 세 평짜리 방 하나에서 4층 동쪽 집으로 옮긴 뒤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자취러의 공력을 발휘해서 돌보는 '집'에서 시작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온다.


유투브 채널 슛뚜를 운영하는 저자 슛뚜는 자기소개를 다음과 같이 한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사람.

뭐든지 안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좋은 사람.

...(중략) 착실한 학창생활을 보냈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고정적인 직업 없이 제멋대로 살고 있는 사람


반려견과 둘이사는 4년차 프로 자취러라는 소개는 무색하지 않게

나도 살고 싶은 공간, 생활의 사진으로 증명된다.



팔자(?)좋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여유를 부리며 사는 삶이 아니어도

부족한 돈과 경험으로 실패도 하고, 후회도 하면서 

좋아하는 것, 공간, 시간을 찾아가고 만들어 나가는 작가의 모습이 멋지다.


이 분야의 책들이 놀라울 정도의 메이크오버와 

부러워 살짝 샘도 나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힙한 감성들로 가득 차 있지만

고작(!) 4년 밖에 안 된 자취 생활에 '프로'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열심히 자신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모습에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일에 지치고 일상이 바빠서란 이유를 대며

정작 내 인생을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의 성향, 취향, 호불호를 

뒤로뒤로 미뤄두고 서먹하게 대하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 만큼,

자기를 위하고 대접하며 살아가는 슛뚜 작가의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책을 읽고나서 내 방을 둘러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고 싶어서, 혹은 기분전환으로 산 것들이 아니라)이

차곡차곡 나의 손길을 기다리게 만들고 싶다.

퇴근 후 쓰러져 누워있다가 서둘러 일터로 나가는 준비 공간이 아니라, 

설거지가 귀찮아 대충 차려먹는 편의점이나 휴게소 식당같은 곳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만나서 오롯이 나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마음의 주인이 되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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