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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여행가기 참 좋은 시기이다.
특히 우리나라 근접 국가는 거리상의 이점으로
다가오는 휴일에 훌쩍 떠나고픈 지역이기도 하다.
홍콩, 중국 본토와는 또 다른 매력의 대만도 그 중 하나이고,
그래서인지 관련된 여행책자도 이미 많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며, 어떤 것을 먹고, 사진 스팟은 어디며
뭘 사와야 이 여행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 될 지 촘촘히 훑어주는
그런 여행책을 바랐다면 이 책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여유롭게 오랜 기간동안 한 곳에 머물면서,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나 평소에 못하던 명상과 힐링을 하는 우아함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으며 '아.... 이럴수가' 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은근히 비슷한 부부이다.
저자들 스스로 '내 두 번 다시 도보 여행은 하지 않으리라'는 후회와
두 번 다시 느끼기 어려운 감동을 얻었다는 대만여행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글을 읽는 와중에도, "이게 여행이라면 여행하고 싶지 않아" 할 정도로
고생과 고행으로 점철된 여정이 줄줄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정말 있다고?" 할 정도로 여행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친절과 자비로움도 또한 줄줄이 나온다.
(저자들은 그것을 '구호물자 수령횟수로 카운팅 하고 있다)
대만에서 만나 그들을 곤궁함에서 건져주는 숙소의 주인이나, 평범한 사람들은
동화에서 나올 법한 선의와 여유로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한 조각 덜어내어 함께하는 시간과 도움이
소소하지만, 마음에 깊이깊이 남는다.
이 부부의 고행기를 읽다보면 여행에 대한 로망과 설렘은 조금 줄어들지만 ^^;
작가들이 장담한 대로 "빡빡한 삶의 말초신경을 늦춰주는 마취제"를 맞은 듯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조금 몽롱~하게 해볼 수있다.
특히 여행지나 현재 내가 있는 사무실이나 별로 다를 것 없는
먹고사니즘과 고됨과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 혹은 인내의 과정을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도피하진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금 엉뚱한 (이걸 진짜로 실행하다니!!) 옆집 부부가 다녀온
고생과 모험이 가득하고, 찐한 감동도 간간히 느낄 수 있는 대만 이야기를
더운 여름날 시원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앞에 두고 흥미롭게 듣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