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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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문을 읽기 시작했을 때, 분명 추천사를 읽었음에도 혼란스러웠다.

이게 소설이 아니라고? 진짜 스스로 실험을 한 거라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공상과학소설같은 장르물의 재미는

그것이 천재적인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는 점에 있는데

이 책은 한 발짝 떨어진 '장르물'에 대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이 사람. 정말 어쩌려고 이러지?"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게 만드는

몰입감마저 제공한다.


<마션>을 읽으면서 느꼈던,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보다도 강렬하다.

화성은 아무래도 멀리 떨어진 또다른 행성이고,

나사의 훈련을 받지 않는 한 (받을 리가 없다. 나사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냐)

절대로 화성이나 가까운 달에조차 갈 (그리고 금전적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아

주인공이 제발 살아돌아오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면

<유토피아 실험>은 말 그대로 블랙유머로 가득한, 현실적인 이야기라

읽는 동안 내내 "이 모험적인 실험이, 혹시나 현실로 벌어진다면 어쩌지?"

하며 구체적인 생각과 망상에 가까운 상상까지 하게 된다.



사실 추천사들은 살짝 과찬에 가까운 호의로 점철되어 있으나

<유토피아 실험>의 경우, 공감이 많이 가는 추천사가 꽤나 많았다.


저자 딜런 에번스는 만에 하나 문명이 붕괴된다면

지구상의 사람들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 궁금해하다

협업적 스토리텔링 내지 실생활 역할극으로 모의실험을 계획한다.

다소 평범하게 각종 SNS 서비스의 역극이나 커뮤니티를 활용한

가상의 시나리오 였다면 이 흥미로운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집을 내다 팔고, 

대학에서의 경력마저 포기하고, 1년 동안 캠프를 꾸려 '유토피아'를 실험한다.

그리고 이 책은 새벽 3시 정신병원에서 다른 환자가 폐쇄병동에서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지?"라고 자문한다.



저자가 유토피아 실험을 구상하고, 계획을 세워서 실현에 옮기는 6장과

유토피아에서의 전혀 유토피아적이지 않은 생활과 참가자들의 변화를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괴로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6장, 그리고 그 이후의 '복기'에 해당하는 3장

총 15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는 이 책의 매력은,

복잡하고 정신 없으며 가치라고는 찾을 수 없어 보이는 이 현대사회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미처 실천에 옮기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리경험을 준다는 것과

직접 실험을 온몸으로 겪어낸 저자가 무사히 사회에 복귀한 다음

예전에는 깨닫거나 발견하지 못한 가치와,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결국,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것인가? 싶은 식상함(?)은

실제 저자가 겪은 (그리고 독자는 아마도 겪고 싶지 않을) 또다른 현실과

충분히 상쇄된다고 생각한다.


실화같지 않은, 소설같은 실험의 흥미로운 이야기 <유토피아 실험>

막연하게 자연과 벗하는 생활을 꿈꿔보았거나, 

공상과학드라마의 세계관을 경험하고픈 사람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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