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아프기로 했다 - 모든 것에 지쳐버린 나 데리고 사는 법
김영아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힘든 세상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말을 들어도

너의 불행이 나의 불행을 덮지 않는 한, 세상에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의 굴곡은

오롯이 나의 힘으로 버티고 견뎌나가야 하는 나만의 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힐링, 심리치유, 심리상담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으로 기운이 회복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조차도 버거운 사람들은 조용히 자기 상처를 핥으며 웅크리는 

치유와 숨돌리기의 시간이 필요해서인가 싶다.


화창한 봄날, 화려한 땡땡이 타이즈를 신고, 빨갛게 떨어지는 동백꽃을

비처럼 즐기는 사람과 강아지.


"그만 아프기로 했다"는 선언이 꽤나 발랄하고 즐겁게 느껴져 

책장을 넘겨 만난 저자의 자기 소개에 사뭇 놀랐다.





저자의 이야기에서 좋았던 것은 자신의 불행(이랄까 인생의 고난이랄까) 및 

자신이 상담한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을 다양한 케이스를 소개하듯 전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빅터 프랭클과 그의 이론 로고 테라피에 근거하여 

자신과 내담자,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를 다루며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은 스쳐갔던 어려움의 순간들, 괴로움과 고독의 시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빅터 프랭클은 세계 최초로 청소년을 대사으로 한 상담센터를 건립한 상담사이자 의사로,

본인이 아우슈비츠에 갇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고, 끊임없이 살기를 열망했고, 결국 살아서 나온 경험을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저서로 발표하였다.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알고 선택하고, 선택한 삶에 책임을 지며, 

자신이 책임진 삶의 결과물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는 CF의 말에 기대어

나의 무기력함과 흘러가는 대로 손 놓고 있었던 무책임함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잘하고 싶고, 멋지게 살고 싶지만 기대와 기준만큼 채워지지 않는 결과와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이나 삶에서 '지쳤다'는 이유로

문득 왜 내가 살고 있는지 애써 생각해보지 않고 

내 삶을 구성해가는 사소할 때도 있고, 엄청나게 중요할 때도 있는 매 선택의 순간에

선택의 결과를 100% 책임지고 싶지 않아 슬쩍- 결정권을 미룬 적들이

누군들 없겠는가.




패배감, 무기력감, 우울감을 끌어안고 그 안에 머물러 아프기를 선택하지 말고

다시 행복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리 대단한 결단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추우나 더우나, 무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일생을 성실하게 색칠하는 한결같은 태도로 사는

삶의 주인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삶의 이유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살며

소박하지만 또 하루 삶을 이어가는 것이 모여 위대한 삶이 된다는 말에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남들에게 (원치 않게) 드러났거나, 드러내 보이지 못한 삶의 시련들은

크기와 분량,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살아있으므로 겪게 된다.


그 시련을 온전히 짊어지고 가며, 
시련의 과정을 거치며 이전의 삶보다 더욱 깊은 의미와 가치를 더해
자신의 삶을 물들여 가는 것.

이것이 '그만 아프기로 했다'고 결심하고 선택한 사람의 삶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그에게 맞는 버퍼링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될 수 있다. 지금 혹시 용기가 필요한 당신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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