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4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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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영국 잉글랜드에서 출생한 저자 제임스 헤리엇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으로 복무한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요크셔 푸른 초원의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50세가 된 1966년에 그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다수의 책으로 펴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헤리엇의 이야기 4로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다.

수의사로 동물들 뿐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은데

이야기마다 드러나는 따스한 시선과 영국 사람의 위트가 재밌다.



유럽을 휩쓸었던 1차,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서 (군대에도 있었고)

과학과 관습이 혼재했던 시대에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에 존재하는 온기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총칼 없는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고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업데이트되는 신기술에 피곤함을 느끼는 요즘

시공간의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날 나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오전 시간을 보냈다.

가는 곳마다 변화의 세계로 돌아온 것을 상기하게 되었지만, 

나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 늙은 농부는 내가 그의 암소한테 주사를 놓자,

"지금은 뭐든지 다 주사로 해결하는군"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흠칫 놀라서 손에 쥐고 있던 주사기를 내려다보고,

확실히 요즘에는 주사를 놓는 게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p.29.


살아가는 와중에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에 관련된 이야기나

생사를 오고가는 동물을 치료하면서 겪는 '일터'에 관한 이야기도

마냥 목가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게 진솔하게 쓰여있어

더욱 몰입이 된다. 


암소의 난산 과정에서 갑자기 깨달음의 물결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낀

수의사 헤리엇.

제왕절개 수술을 하다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아니라, 

이 힘든 일을 애당초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하고 바라며

애초에 암소를 도축장에 보내겠다는 주인의 제안을 따랐다면

죽을 고생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왕진이나 다녔을 것을, 하고 생각하다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깨달았다는 

저자의 고백과

그 당황스러운 과정에서 실습생을 탓하려고 했고 호통을 쳤던 것을

바로 사과하고 그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는 모습은

지극히도 인간적이고 또 비현실적(?)이어서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장 작은 동물부터 가장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자를

최선을 다해 치료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는

의료인으로서, 

잘 알고 지내는 이웃의 자식같거나 전재산인 가축과 동물들을 치료하는

부담감을 늘 느끼고 있는 직업인으로서

그의 솔직한 좌충우돌과 불안과 안심을 넘나드는 일상들은 

영국 BBC에서 TV시리즈로도 제작되어 2,000만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들과 동물들이 최선을 다해

서로에게 책임감있는 사랑과 헌신을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웃음과 치유, 감동이 있는 책

<그들도 모두 하느님이 만들었다>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의 이야기 시리즈들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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