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14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마음 번역 에세이
노지양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저자 노지양은 14년 차 번역가이다. 

일단, 번역이라는 어려운 (그리고 초기에는 꽤나 박봉에다 불안정한) 직업에서

14년 동안의 공력을 쌓은 사람이다.


우리말로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도 어려운 데

심지어 다층적 함의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외국어와 

결코 똑같을 수 없어, 결국 어느 정도 포기하고 가장 비슷한 뜻의 우리말을 연결하는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지만 영광과 공로는 원작자에게 가려지는 번역가.

 

유명 대학교의 영어영문학 전공자에, 

라디오가 좋아서(!) 공중파 유명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일하다 번역가가 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바라마지 않는 스펙이지 않을까 한다.)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헝거> <하버드 마지막 강의> 등 

작가 스스로도 인정한 다양한 분야의 책 80여권을 번역한 인정받는 커리어의 소유자.


그런 사람이 왜 번역하는 사람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 천천히 이동중일까?


언뜻 보기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가진 저자이지만,

그도 보통의 우리처럼 살고 있는 생활인이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과 호기심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게다가 해야할 일은 엄청나게 많아서 내가 할 일을 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 대답하는 사람. (완전 공감!!)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서 아무 핑계도 없는 작업 조건을 만들어야겠다 싶어

생업인 번역을 석 달 동안 그만 두고, 

그 석 달 중 두 달 동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알래스카 사람들과 북극곰에 대한

알쓸신잡 정보를 수집한 사람. (또 한번 공감!!!)


책을 읽는 내내, 직업이 다를 뿐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와 욕망을 먹고사니즘과 안정적 생활 패턴과 저울질하다

결국은 머리로만 무한반복하던 생각을 실천에 옮긴 사람이

자기의 '먹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마침, 독서광+영화광인데다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고

관찰력과 유머감각, 그리고 번역으로 다져진 언어 감각까지 가지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과 웃음이 넘쳐난다.


소소한 이야기와 주제, 많은 에피소드들을 딱 맞는 영어와 한국어의 제목으로 

(혹은 그저 영어 표현이었던 것들을 감칠 맛 나게 우리말로 된 컨텐츠와)

잘 엮어낸 작가의 솜씨와 철학적인 마침표는 센스 만점이다.




결국 직업인과 주부(라는 가정 내의 역할)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세 개의 공을 저글링하며 책의 챕터 제목이기도 한 

'다 가질 순 없지만' '간절함이 재능'이라 '나에게로 가는 지름길'을

'앞으로도 가능한 행복하게' 가기로 선택한 작가 노지양.


먹고사니즘에 주춤거리는 비슷한 처지의 독자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하며 

'나쁜 점은 덜 보고 좋은 점은 더 보길' 권하는 '중년 마라톤 꿈나무'인 작가 노지양.


그녀의 책을 읽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나도 그동안 미뤄두었던 것 중에 뭐라도 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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